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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행사에 가는 길에 분향소에 놓을 예쁜 꽃을 샀다. 앙증맞고 따뜻한 소국을 사고 싶었는데 철이 아니라해서 대신에 말갛고 소박한 꽃으로 몇 개 골랐다. 할 수 있는 것도, 해 준 것도 없고 고작 할 수 있는 게 꽃 몇송이 사는 거라니 추모가 참 쉬워서 미안하다. 어떤 것으로도 용서를 구할수는 없지만, 고작이어도 잊지 않고 매 해 이 정도는 할게. 더보기
여름휴가 단상 1. 편안한 것에 대한 중독성은 굉장하다. 크고 쾌적한 아빠집과 많은 편의들에 너무 쉽게 익숙해지는 나를 보면서 작은 집에 사는 것에 의지를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혼집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빵빵쳤는데 처음에는 원해서였는데 이젠 위해서이다. 내 나약함을 스스로 넘어서기는 어려우니 물리적으로 넘어설 수 있는 여러 장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만큼 나의, 우리의 판단에 객관성과 현명함을 더해야겠다는 생각. 2. 여행 내내 도움을 주셨던 가사도우미분이 위급상황을 아주 전문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좋은 의미에서). 그러면서 놀란 내 감정의 기반에 개인이 가진 역량에 따라서가 아니라, 가진 직업에 따라 그들의 전문성을 내 멋대로 높게 또는 얕게 여기는 마음 때문.. 더보기
SNS 페북도 트위터도,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다. 소소하게 일상을 공유하고, 적당한 관심이 깨알같고 즐거웠는데 역시 가장 편한 곳은 남자친구도 알지 못하는 이 공간인것인가 ㅎ 더보기
현황 결혼준비, 라는 단어를 쓰기에 어쩐지 쑥스럽지만 여하튼 뭐 정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1. 아 너무 힘겨웠는데 굉장한 우여곡절 끝에 집은, 짓기로 했다. 아니 아직은 마땅한 터를 구하지 못해서 마지막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작은 집을 짓는 것에 대해 의견을 맞추었고 꿈꾸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집에 관한 엄청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엄청 많은 자료를 찾고, 사진을 보고, 책을 읽고(아, 이건 이창석만 많이 나는 조금), 법령을 찾아보고(이건 이창석만) 함께 좋아하는 동네를 여러번 걷고, 집을 보고, 크기를 재고, 도면을 그리고, 예산을 짜고, 마음에 드는 건축가를 찾고 만나고 그랬다. 이창석은 개미마을 전문가가 되었고 결정 이후의 대부분의 과정은 굉장히 설레고 흥분되고 너무너무 즐거웠고.. 더보기
짬휴식 여전히 일은 쌓여있지만 퇴근 시간도 지났겠다 나는 좀 쉬기로 했다. 점심에 맥주를 참아낸 것에,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나름의 소심한 복수이다. 아 그렇지만 맥주를 참아내야 했을 정도로 나는 너무 불안했어 응 딱 30분만 쉬어야지 응 더보기
경험 내가 무엇에 취약한 사람이었는지 그간 그게 싫어서 얼마나 많은 장면들을 피해가면서 살아왔는 지 깨닫고 있다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도.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도 같다. 아 아니 낫다 아니다의 개념보다는 이제껏 없던 경험이 하나 추가 된 사람 정도..? 여하튼 위해서라도 꼭 진행되고 새 경험이 좋은 경험일 수 있게 나를 잘 돌보고 잘 치뤄내었으면 좋겠네. 더보기
제동 이창석은 함께 돌보게 될 테니 입양 여부 역시 함께 이야기해야 하고 실제 입양하게 된다면 '우리' 고양이라고 하였지만 어쨌든 얼마간은 거처도 양육도 이창석 몫이라서 내가 의견을 내기에는 좀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야옹이를 만나는 순간 염치는 저 멀리로.. 우여곡절 끝에 선영언니에게서 건네받게 된 야옹이.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침대 위에 올라와 있더란다 더보기
나는 그녀를 뽑지 않았어 집회를 시위라고 표현한 기사아저씨의 버스에서 내려서 사무실까지 두 정거장을 걸어오면서 길거리에 쭉 늘어선 샛노란 경찰들 뒷통수를 빡 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집회가 뭐라고 하여간 유난스럽고 찌질하다 예전 언제는, 그래 그냥 시키니 하는거지 이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나 싶었는데 도시락 까먹으면서 시시덕거리는 걸 보고있자니 속이 뜨거워진다 통행제지와 불신검문이라니 도대체 생각을 하고 살기는 하는건가. 그런데 정말 이해할 수 없어서 그렇다. 나는 성향상 상황과 사건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타입인데 (이건 그러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겪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해력이 좀 딸려서 어쩔 수가 없는 부분임) 그럼에도 얼마나 넓은 시야로 얼마나 깊게 보아야 얼마나 바다같은 포용력을 가져야 국가의 국민을 향한 이.. 더보기
진심으로 정말 그래 연휴 내내 새벽녘 취침과 늦잠을 반복했다 5월 부터는 출근시간도 30분 앞당겼고 내일 아침을 생각하면 눈 앞이 깜깜하지만 뭐 어쨌든 아직은 오지 않은 미래.. 아하.. 하.. 몸이 쇠하여 집에 오면 침대에 붙어사느라 그간 이미지트레이닝만 하던 트리안 화분을 손보았(?)다. 이창석이 트리안 모종을 사다가 심어 준 것인데, 맥주캔을 화분으로 활용한 것에 대해 굉장히 뿌듯해했고, 섬세하게 캔 바닥에 못으로 물 구멍까지 뚫어 주었지만 흙을 절반만 채워주었다. 잎사귀 부분을 잡고 위 아래로 흔들면 헐렁헐ㄹ..ㅓㅇㅇ... 응 참 그는 뭘 해도 귀엽.. 응.. 개보수된 화분 아, 사실 포인트는 맥주캔이지만 사진상으로 확인이 어려우니 설명을 덧붙이면 종류는 창석도 나도 그다지 각별히 여기지는 않는 기린이지만 입구 부분.. 더보기
인권감수성 인간이 존엄하다는 인식은 한 사회의 도덕성을 반영한다. 는 글을 보다가 나를 떠올리면서 정말 도덕성 판단의 지표가 되려면, 반응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인권감수성은 정도를 정할 꺼리도, 그럴 수 있는 부분도 아니라는 것 알겠지만 내가 느끼고 감당해야 하는 정도가 정해져 있지 않은 건 힘겨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있다손 치더라도 뭐를 해야 할 지를 모르겠는데 꾸준히 느껴지는 죄책감은 점점 나를 무력하게 느껴지게 하고 뭘 해도 한 켠에 자리잡은 죄책감이 괴로웠다. 응, 그런데 내가 (정도와 상관없이 적어도) 내 마음이 괴로운 정도의 예민함과 공감능력 정도는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진 것 만으로 뭐가 달라지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