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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결혼준비, 라는 단어를 쓰기에 어쩐지 쑥스럽지만

여하튼 뭐 정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1.

 

아 너무 힘겨웠는데

굉장한 우여곡절 끝에 집은, 짓기로 했다.

아니 아직은 마땅한 터를 구하지 못해서 마지막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작은 집을 짓는 것에 대해 의견을 맞추었고 꿈꾸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집에 관한 엄청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엄청 많은 자료를 찾고,

사진을 보고, 책을 읽고(아, 이건 이창석만 많이 나는 조금), 법령을 찾아보고(이건 이창석만)

함께 좋아하는 동네를 여러번 걷고, 집을 보고, 크기를 재고, 도면을 그리고,

예산을 짜고, 마음에 드는 건축가를 찾고 만나고 그랬다.

 

이창석은 개미마을 전문가가 되었고

결정 이후의 대부분의 과정은 굉장히 설레고 흥분되고 너무너무 즐거웠고,

예상했던 엄마와의 갈등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고,

다투기도 하고 그랬다.

 

 

2.

 

청첩장은 직접 만들기로 했다.

 

청첩장이라는 게 흠 응 두어번 보고 버려질만한 거라는 것 알고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의미있는 것인 만큼 마음을 좀 쓰고 있다.

 

그래도 우리가 왜 결혼을 하는 지, 결혼 후에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를

담백하고 간결하게 표현해내고 싶어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고 끼적이고 있는데

어렵지만 즐겁다.

 

 

3.

 

아직은 당연하지만,

둘 다 부부 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낯설고 민망해서

예비부부학교, 를 지칭할 때 매번 뭔가 어색한 단어로 교체..

흠,

 

ex. 종로구에서 문자왔어

     종로구 교육 과제가 어떻게 되지?

     21일 그.. 응.. 몇시까지였지.. etc..

 

 

4.

 

뭔가 내가 하고 싶었던 걸 놓친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좀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여하튼 프로포즈는 그가 먼저 해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감자탕집에서의 결혼 이야기가 프로포즈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그는 섬세하다.

꾹 눌러 쓴 편지와 반지를 건네고 꼭 안아주었다.

 

반지는 오브젝트 것인데 얼마전에 내가 따로 오브젝트에서 산 실반지와 잘 어울리는데다가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의미가 있어서 마음에 쏙 듬.

 

뭐 프로포즈라는 것은 마음이 담긴 일인데 때가 언제느냐가 중요했겠느냐마는

급작스럽게 치뤄내야 할 형식적인 단계처럼 되지 않은 게 가장 기쁘고,

그 역시 그렇게 여기지 않은 게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