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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자기를 죽게 하는 것. 수인이가 문득,자기 스스로 자기를 죽게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어떤 상황에 자기 스스로 자기를 죽게 할 것 같느냐고 했더니너무너무 힘들어서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느낄 때 그럴 것 같단다.어떻게 알았을까,어떻게 떠올렸을까.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나을만큼 힘겨운 삶에 대해서 만 5세 어린이 이수인은 어떻게 감각하고 있을까. 자기 스스로 자기를 죽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더니잠시 생각하더니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자기 몸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될 것 같다고.실제로는 자기가 자기를 죽게 한 것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어린이에게 사회적 체계나 구조에 대해서 설명하기에는 내 어휘가 부족해서,곁에 있는 이들의 관심과 다정한 행동, 어느 때는 말 .. 더보기
나원참 고오마운 윤 이성을 잃은 윤씨 덕분에제발 아무것도 안 해주면 신경 끄고 내 삶 내가 알아서 살겠다고 싹싹 비는 마음으로 세시간을 보냈다.창석과 여차하면 수인이 등원 시키지 말고 셋이 집에 꼭 붙어있자는 얘기를 나누면서도,아직 완성하지 못한 액자, 내일 예정 된 당근 거래,여행 중인 엄마아빠, 금요일에 홀가분하게 서울 나들이 올 박헤준,내일 뜯을 어드벤트 캘린더를 궁금해하면서 잠든 이수인매일을 치열하게 투병중인 친구,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연말 일정들을 생각하니까 이대로 계엄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의지가 굳건해졌다.나 내 삶 사랑하네, 나원참,알게 해 줘서 고오맙다 아주 더보기
첫 눈, 일어났는데,눈이 내려 있었다. 올 해 첫 눈, :) 전 날 눈이 온다는 예보를 보고, 눈 쓸 거 생각하면 좀 귀찮다고 생각하면서 잤는데막상 내린 걸 보면 설레는 눈.. 요망한 눈.. 2018년 1월, 퇴사하고 처음 맞은 월요일에도 기억에 눈이 내렸는데,당시에 눈을 쓸면서, 느리고 낭비되지 않는 삶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크게 자각하면서 지내지는 못해왔는데오늘 일어나서 집 앞 골목길에 쌓인 눈을 쓸고, 옆집 어르신 눈 쓰는 걸 도와드리면서내 삶 조금은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음날,아침에도 일어났는데 눈이 내려있었다.연달아 밤새 어마무시한 눈이 내리다니가을도 그러더니 올해는 새 계절이 슬그머니 오지 않고 쩌렁쩌렁 거리면서 온다. 그러다보니 아직 채 가지 않은 가을의 흔적도 남아있다.엊그제 진.. 더보기
- 창석과 전시를 보고 곱창을 먹고좋아하는 골목골목을 걷고집에 와서 요아정을 시켜서 영화 보면서 먹었다수인이를 만나고 삶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예전 같아서 알쏭달쏭한 기분이었다. 더보기
자세를 바르게 허리를 펴고 내년도 등원 여부 설문에 참여하면서, 아주 살짝 퇴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연중 교사회 내 변동이 잦아지면서 어쩐지 방향을 잃은 것 같달까,공동육아를 선택하면서 기대한 부분들이 자꾸만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내가 수인이가 어린이집에서 익히기를 바라는 것은 단단한 삶을 사는 지혜.살면서 어떤 개똥같은 상황이나 문제를 마주하든 너무 지치지 않고혹은 지쳐도 너무 길지 않게 회복하면서 해결을 고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인데,정작 나는 너무 쉽게 회피를 선택한 것이 좀 좀스럽게 느껴졌다. 마땅치 않은 지점을 꼬투리 삼고 퇴소를 고민하는 작은 마음으로 살고 싶지 않다,내가 바라는 대안을 생각하고, 마음을 정돈하고, 목소리를 내고, 듣고 타협하고,뭣보다 모든 과정에서 태도를 곧게 하고 싶어. 더보기
어설픈 채로 다가가는 것 올해 언리밋은 가지 못했다.별다른 일정이 없었는데도 가지 않은 거니까 못했다기보다 않았다가 맞겠다.집에서 멀기도 하거니와 늘 북적이는 곳이어서 수인이를 데리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아기띠 하고도 가던 곳인데 너무나 핑계같지만,되려 수인이가 자라나고 본인의 호불호가 명확해지면서 내가 자꾸만 스스로수인이가 좋아하는 공간일까를 생각해서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막상 가지 못했고, 끝나고 보니 아쉬움이 커서 내년부터는 다시 꼭 챙겨 갈 생각이다.나도 내 취향이 아니어도 수인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수인이 취향의 공간에 함께 가는데수인이에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 공유하고 싶으니까. 뭣보다 이번주에 언리밋에 작가로 참여했던 친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그리고 그의 책을 선물 받아 읽.. 더보기
노화 최근의 체력 저하는 하는 일의 형태와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기본적으로 노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왜냐하면 6년 전 이맘 때는 지금보다 고된 몸쓰는 일이, 지금보다 더 일상이었으니까!.. 아니.. 적고보니 좀 그런게 돌이켜보니 물론 지금보다 젊었고 실제로 체력은 지금보다 나았지만,그 때는 지치기 전에 쉬라고 말해주는 선생님과 힘겨움을 공유하고 서로 격려하는 동료들이 있었네, 헹 뭐 여하튼 그럼에도 하루 분진을 좀 많이 먹었다고 다음 날 종일 골골거리는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작업실을 방문했던 J가 당시에 상한 몸 때문에 아직까지 고생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몸 챙기라던 조언이이제야 좀 더 가깝게 와 닿는다.벌이만 고민인 줄 알았더니 체력까지 챙겨야 한다니, 지속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울적.. 더보기
잠 못 드는 밤 나는 언제 잠을 못 자냐면자고 일어나면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일이 많은 내일이 기다리는 날 밤 더보기
좋은 하루, 갑자기 날이 엄청나게 추워졌다.내복도 입고 티셔츠도 입고 기모아노락도 입고 내피가 달린 점퍼를 입고 목도리를 했는데도추운 게 느껴질 정도였다.이제껏 없이 더웠던 지난 여름 생각하면 올 겨울 얼마나 추우려나 조금 무서운데그래도 드디어 제 날씨를 찾은 게 반가운 마음이 크다. 미리 정해진 일정이 없었다면날도 춥겠다 성향상 아마 집-작업실 언저리에서 동선을 아주 짧게 해서 하루를 보냈을텐데약속을 두개나 잡아두어서 알찬 하루 보냈다.또 성향상 약속이 두개나 있으면 녹초 되어야 하는데좋은 하루였다고 만세하면서 침대에 누웠다.왜 좋은 지 모르겠는 그냥 뭘 해도 안 해도 그냥 좋은, 좋은 얘길 해도 안 좋은 얘길 해도 편안한 박헤진이랑 점심 먹고무슨 얘길 해도 진짜고, 입에 발린 말이 없는데 다정하고 그런데도 수상하.. 더보기
오늘의 단상 1.창석이 커피를 줄이면서 차를 많이 마시게 되어서 덩달아 차 마시는 삶 살게 되었다.차를 취미로 갖는 사람들에게서는 느껴지는 단정함이 좋아서,결혼하고 대구에서 받아온 휴대용 다기 셋트도 마루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찻자리를 갖기도 하는데,사실 나는 커피에 대해서도 그랬지만 아직 차를 마시는 특별한 기쁨을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여린 잎을 따서 몇 번이나 덖었다거나, 몇 십년을 묵혔다거나 하는 고급 차보다보리차랑 작두콩차 현미차 같은 고소한 게 좋고,다기에 마시는 것 보다 커다란 유리컵에 콸콸 따라 마시는 게 좋은 완전 초보. 아, 차 얘기 하니까 여담으로이수인이 마련해주는 찻자리가 정말로 사랑스럽다.고운 자세로 앉아서 작은 손으로 찻잔을 받쳐 들고,마시기 전에 코 끝으로 차 향기를 맡고 음미하면서 천천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