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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채로 다가가는 것

 

 

올해 언리밋은 가지 못했다.

별다른 일정이 없었는데도 가지 않은 거니까 못했다기보다 않았다가 맞겠다.

집에서 멀기도 하거니와 늘 북적이는 곳이어서 수인이를 데리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기띠 하고도 가던 곳인데 너무나 핑계같지만,

되려 수인이가 자라나고 본인의 호불호가 명확해지면서 내가 자꾸만 스스로

수인이가 좋아하는 공간일까를 생각해서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막상 가지 못했고, 끝나고 보니 아쉬움이 커서 내년부터는 다시 꼭 챙겨 갈 생각이다.

나도 내 취향이 아니어도 수인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수인이 취향의 공간에 함께 가는데

수인이에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 공유하고 싶으니까.

 

뭣보다 이번주에 언리밋에 작가로 참여했던 친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

그리고 그의 책을 선물 받아 읽었기 때문에 마음이 일렁일렁 해 졌다.

 

나도 알고 있는 그의 투병시기를 기록한 글을 엮은 책인데,

항상 단단하고 밝아보이는 그의(사실 그럴리 없는데), 당시의 굴곡이 크고 깊은 다양한 감정을 읽을 수 있어서 미안하고 슬펐다.

비단 그에게만이 아니라, 나는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일을 겪는 누구를 대할 때

혹여라도 뭣 모르는 내 위로나 행동이 상처가 될까봐 조심스러워지는데

그 조심스러움은 거의 대부분 회피가 되고, 어설픈 위로보다 그게 오백배는 더 비겁한 거라는 걸 알겠어서.

그리고 사실은 그마저도 누가 상처를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내가 상처주는 사람이 되기 싫었던 자기애적인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도 더 선명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