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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일어났는데,
눈이 내려 있었다. 올 해 첫 눈, :)
 
전 날 눈이 온다는 예보를 보고, 눈 쓸 거 생각하면 좀 귀찮다고 생각하면서 잤는데
막상 내린 걸 보면 설레는 눈.. 요망한 눈..
 
2018년 1월, 퇴사하고 처음 맞은 월요일에도 기억에 눈이 내렸는데,
당시에 눈을 쓸면서, 느리고 낭비되지 않는 삶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크게 자각하면서 지내지는 못해왔는데
오늘 일어나서 집 앞 골목길에 쌓인 눈을 쓸고, 옆집 어르신 눈 쓰는 걸 도와드리면서
내 삶 조금은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일어났는데 눈이 내려있었다.
연달아 밤새 어마무시한 눈이 내리다니
가을도 그러더니 올해는 새 계절이 슬그머니 오지 않고 쩌렁쩌렁 거리면서 온다.
 
그러다보니 아직 채 가지 않은 가을의 흔적도 남아있다.
엊그제 진 은행잎과 녹다 만 눈이 반죽처럼 뒤섞인 모습이,
아직 빨갛게 물든 단풍 위로 흰 눈이 소복이 쌓인 모습이 예쁘면서도 위기감이 든다.
 
오늘은 10시에 미팅이 있어서 눈을 쓰는 마음이 좀 조급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유있게 눈 쓰는 내 삶 마음에 들어서 가슴이 벅찼는데
하루만에 똥줄타면서 눈을 쓸고 이수인을 다그치면서 등원을 했다.
 
어쩐지 자괴감이 들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삶은 좀 웃기고
꾸준히 고민할 여지가 있어서 마음에 든다.
고민은 괴롭지만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