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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판타지아 살짝 졸았다. 지루한 영화였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장가 같은 편안하고 꿈같은 영화였다는 이야기이다. 손을 잡지 않았지만 마치 손을 잡은 기분으로 강가를 거닐면서 여러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간혹은 서로를 찍어주었다. 열차의 침대칸에서 새우처럼 잠을 자다가 새벽녘에 눈을 떴을 때 그의 침낭이 내 위에 덮혀 있고 그는 새우처럼 잠을 자고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나는 연애를 시작했고 어느 때는 둘이, 또 어느 때는 당시의 남자친구와 셋이 만나 술을 마셨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역량이 열정을 따라가지 못해 울고 울었던 (놀라운)때는 우직한 시민활동가의 에세이를 선물로 주었고, 우연히 내 사무실 부근을 지날 때는 귤색 가랑코에 화분을 손에 쥐어주고 돌아가기도 했었다. 3년만에 또 다시 연애에 실패했.. 더보기
면접 10년만에 본 면접은, 생각도 없고 잔뜩 긴장했던 기억만 있는 어릴적과는 너무 다른 기분이다. 이전보다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내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 하지만, 자기소개서나 면접 장면에서 보여지는 나는 너무 작은 일부라서 속인 게 없지만 속인 기분이랄까. 참말로 솔직한 면접이었지만 어떤 태도였건과는 별개로, 나를 좋게 봤건 아니건과는 별개로 아, 비단 이번 이 면접이나 나의 면접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구직이라는 것은 찝찌름하고 씁쓸하다. 나를 선택적으로 드러내고, 상대 역시 나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서.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맺은 관계 대부분이 그렇지만 구직과정에서는 유독이 사람을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게 되는 것이.. 일면 동의하나, 감정적으로 기껍지 못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더보기
와식생활 누워있는 이창석 위에 누워있는 내 위에 누워있는 제동 더보기
이랬다 저랬다 홍미가 준 와인을 나눠 마시다가 결국 이창석은 얼마 마시지도 못하고 얼굴이 벌개져서는 아홉시도 채 못 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살짝 알딸딸한 상태에서 뒹굴뒹굴 요리책을 뒤적이면서 메뉴 하나 골라봐, 이번 달 안에 다 해 줄게 호기롭게 말했더니 이창석은 꾸벅꾸벅 졸면서도 그 와중에 로스트 비프 페이지를 펼쳐 놓았다. 레시피 재료 중에 레드와인 한 큰 술은, 오늘 먹다 남은 와인으로 쓰면은 되겠다 했지만 남은 건 내가 다 마셨... 다시 3/14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당시의 나는 또 다시 창석을 선택하고, 그 때 처럼 만남과 결혼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될거다. 이창석은 결혼 전과 다름 없이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 이건 그냥 갑작스럽게 바뀐 상황에 대한 일시적인 감정이라는 것도 알지만 나는 지금 나의 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