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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 여느 때처럼 출근준비시간은 초단위 일정들이 빼곡하지만 머리를 감는 4분, 로션과 선크림을 바르는 2분, 밥을 도시락에 담는 1분 등의 순간을 타고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인가 가슴 한 켠이 무거워진다. 어제는 아이들이 출소를 했다. 입사하고 한달만에 첫 연차를 내고 마중을 나갔다. K의 아버지가 일당으로 양념갈비를 사주셔서 밥값도 공이 되었는데 그나마도 조금 챙겨간 용돈은 실갱이를 하다가 결국 버스 타기 직전에 내 가방 안에 던져넣고 냅다 달아나버렸다. 안쓰럽다, 어차피 친구들에게 빌려 쓸 거 아는데. 교육시민단체에 속해서 비정상적인 교육구조를 개선하는 내 일의 필요에 공감하고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입시로 고통받는 아이들은 그나마도 기본적인 안전망은 갖고 있잖아,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뛰.. 더보기
한여름의 판타지아 살짝 졸았다. 지루한 영화였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장가 같은 편안하고 꿈같은 영화였다는 이야기이다. 손을 잡지 않았지만 마치 손을 잡은 기분으로 강가를 거닐면서 여러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간혹은 서로를 찍어주었다. 열차의 침대칸에서 새우처럼 잠을 자다가 새벽녘에 눈을 떴을 때 그의 침낭이 내 위에 덮혀 있고 그는 새우처럼 잠을 자고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나는 연애를 시작했고 어느 때는 둘이, 또 어느 때는 당시의 남자친구와 셋이 만나 술을 마셨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역량이 열정을 따라가지 못해 울고 울었던 (놀라운)때는 우직한 시민활동가의 에세이를 선물로 주었고, 우연히 내 사무실 부근을 지날 때는 귤색 가랑코에 화분을 손에 쥐어주고 돌아가기도 했었다. 3년만에 또 다시 연애에 실패했.. 더보기
면접 10년만에 본 면접은, 생각도 없고 잔뜩 긴장했던 기억만 있는 어릴적과는 너무 다른 기분이다. 이전보다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내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 하지만, 자기소개서나 면접 장면에서 보여지는 나는 너무 작은 일부라서 속인 게 없지만 속인 기분이랄까. 참말로 솔직한 면접이었지만 어떤 태도였건과는 별개로, 나를 좋게 봤건 아니건과는 별개로 아, 비단 이번 이 면접이나 나의 면접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구직이라는 것은 찝찌름하고 씁쓸하다. 나를 선택적으로 드러내고, 상대 역시 나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서.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맺은 관계 대부분이 그렇지만 구직과정에서는 유독이 사람을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게 되는 것이.. 일면 동의하나, 감정적으로 기껍지 못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더보기
와식생활 누워있는 이창석 위에 누워있는 내 위에 누워있는 제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