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이라 그게 고파서 너에게
감정표현을 강요하였던 거라는 걸 좀 알았다.
혜윤아 할 말이 있어, 조용한 곳에 앉아 얘기 해 주고 싶어.
청계천께 어디 벤치에 앉아
어제 그에게 있었던 사건, 그 때의 기분과 감정에 대하여 조근조근 말해 주었다.
그것은 감정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였고 그래서 나는
① 그랬구나 공감하며
② 꼭 안아주고
③ 그의 존재의 가치와 의미있음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②와 ③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느꼈는데 그건 마음이 없거나 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낯설고 쑥스러웠기 때문이었고 그게 내가 내게 느낀 충격적인 점이었다.
나는 그의 자기표현에 관한 것이
그의 기질과 여지껏의 주변환경으로 인해 결핍되어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게 그에게 부정적일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것을 깨주고 싶었다.
나는 그에게
초등학생의 일기같은 놀았고 재밌었다. 형태로 말하지 마
왜 그렇게 느꼈는 지 어떤 부분이 특히 그랬는 지 그랬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를 말해달라고 요구했었다.
그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에 반응 할 나의 이상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준비하거나 심지어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 (어쩌면 타당하지도 않은) 요구에 응하기까지, 본인을 바꾸기까지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하기 싫은 것을 해야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것 보다 더 힘든 것은
이제껏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을 해야하는 거일거다.
그러나 요구의 마치고 그가 느낀 것은 허탈함, 어쩌면은 상실감 비슷한 것까지 느꼈을 지 모르겠다.
소통하기를 원했지만, 나 때문에 내가 원하던 소통이 막혀버렸다.
내가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상대가 그렇지 않다는 것 때문에 그'만' 바꾸려 노력 했던 거다. 이렇게 오만할데가.
어제 밤 통화를 하면서 그가
오늘은 어땠어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기분이었어 라고 물었다.
그리고 나는 선주랑 놀았고 재미있었어 라고 말하고 초등학생 일기같다 생각했고
수화기를 막고 혼자 웃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의 감정 표현과 관련해서 그를 대할때의 마음가짐은
상담사 내지는 놀이치료사였고
최악인 건 그게 그저 오지랖이었지 나의 태도는 그렇지 못하였다는 것.
그가 변하(고자 노력하)였으니, 내가 변(하고자노력해야)할 때이다.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