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사과하러 온 양기영의 따귀를 때려 버렸다.
그에겐 그게 최선이었을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전자인가 후자인가에 따라 그 개인에 대한 평가나 내 감정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모든 것은 차치하고 어찌되었든 폭력을 사용한 것은 내 쪽이고,
그건 내 잘못이 되었다.
아니, '그건'에 한정짓고 싶으나 완벽하게 나의 잘못이 되었다.
용서를 바라지 않은 사과를 했지만 그는 답변이 없고,
그의 생각과 선택에 흔들림이 되기는 싫어서 나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보건데 내 침묵은 과연 그를 위해서일까
여전히 나의 자존심 때문인가.
물론 둘 다이고, 그럼에도 기영이를 위해서이길 바라지만
내 마음을 돌아보건대 절반 이상은 후자일 것이다.
쓸데없는 자존심과 똥고집.
어제 밤 자기 전에 그의 상처를 위해서 기도하고 내가 너무 못되어서 슬펐는데
그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마음을 자꾸자꾸 주셨다.
어제 내가 했던, 진심이긴 했지만 건조하고 무덤덤한 사과 말고
한층 더 낮아진 사과였고 그래서 더 기도하지 않고 잤다.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하시는 것들을 온전히 따르기만 한다면
내 삶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까.
그러나 나는 순간의 용기가 없어 포기했고, 어제 밤에도 그랬다.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하고 싶은 지 그가 결정만 내려 준다면
어떤 것이든 수용하고 그 땐 정말 마음 놓고 사과할텐데.
일반적으론 사과가 먼저다.
근데 나는 결론나지 않은 사과가 두려운데,
그것은 그 땐 내가 결과를 선택하고 싶어 할 것 같아서이다.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걸 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