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휴가가 벌써 3일째.
절반도 넘게 지난거다 후, 한숨뿐만 나는 정말 노는 것을 좋아하는걸까.
빗소리와 캐롤을 배경음악으로 온갖것을 하고 있다
뭐 온갖것이라고 해도 특별한 건 없지만 춤도 추고 책도 보고 사진도 찍고
바나나우유도 조제하고 과일을 깍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초록색을 보고
누렁이를 괴롭.. 히고 하는 것들이다. 쓰고보니 먹고 노는 건 있는데 씻는 게 없..
자유로운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놓고 싶지만
그럼 그만 떡진 머리와 번들거리는 얼굴이 감정의 찬란함을 망칠것만 같..
오늘은 휴가 첫 날 기영이가 1천원에 3회 뽑기로 획득 해 준 곰돌이와 우리집 탐방했다.
우리집에는 장독대가 있고 싸리비와 양철쓰레받이가 있고,
보일러실에는 양파바구니가 있는 게 보기가 좋고
장독대 너머 우리동네 어르신들 낙이었던 텃밭은 싹 쓸어 공원을 만들고 있는데,
완성되면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흙투성이 민둥이라 보기 좀 그렇다.
2년 전 나와 우진이가 고양이를 묻어 준 곳이라 더 그렇다.
게다가 물론 무관하겠지만 우리집 호박줄기가 썩은 것이 왠지 그 탓인 것 같아 불쾌해.
더 오래 전 누가 그쪽 편 담장에 적어놓은 '박헤윤 사랑한다' 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는 조금,
후련하고.
누가 썼는 지 알아서 그렇다.
대신 인사드립니다잉. 박혜윤은 휴가 잘 보내고 있다고요. 안 씻는 거 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