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마지막 날이라, 정말로.
일요일 저녁인거다.. 뭐 아홉시가 넘었으니 밤이라고 해도 되겠고
아니 이제 휴가가 아닌 것과 같아 아아
1.
또래모임이 막 간절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일정 중 한개로 생각하고
시간을 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인건지 어쩐건지 다들 시간이 맞지 않아서 흐지부지되었고
대신 기도제목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어영부영 밥 먹고 대강 놀다가 헤어지는 것 보다 좋은 시간이었다.
'어영부영.. 대강.. 것' 이라고 쓰고보니 어쩐지 비꼬는 것처럼 들리지만
오늘이 좋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는거다.
많이 걸려야 30분이었을까 가볍게 나눈 이야기였지만
그것 통해 되려 내 또래들의 현재 고민과 상황들을 알 수 있어서
밥 먹고 노는 것 보다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귀한 사람들.
2.
교회 근처 온 기영이와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고 1번 마을버스 드라이브를 하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코스.
화려하지 않은, 정답고 소박하다.
미용실이랑 세탁소, 목욕탕, 구멍가게같은 뭐 사람 사는 곳에 있는 것들이 있는데
건물이나 간판에 옛날 느낌이 남아있어서 따뜻하고
조용하고 아늑한 커피숍과, 작고 예쁜 사무실과 공방같은 것들이 세련된 느낌이 있다.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이 다닌 학교였다던가, 뭐 그냥 촬영장이었다던가
중앙고등학교 앞에 일본관광객을 위한 오 이런, 온통 한류스타 포스터는 별로야,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한번도 그 풍경을 좋아해보려고 애쓰지 않았기 때문에 호불호를 말하기가 힘들다.
이것 역시 고작 3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기영이 너는 정말
좋고, 얄밉고, 여우같고, 사랑스럽고 여우같다.
3.
새로 산 성경책을 한달도 못 되어 잃어버렸다.
성경책 사는데 뭐 그렇게 까다롭게 구는가 싶지만 그래도 정말
마음에 쏙 드는 크기와 색과 폰트와 디자인이었는데.
이전에 들고다니던 것도 마음에 들지만 한영해설성경이라 두께가 있고 무겁다.
주일마다 성경책이 무거운 게 부담이면 마음이 힘들어서 새로 구입하려고 서점에 들렀다.
결국 또 이건 크기가 별로, 이건 폰트가 별로, 색깔 별로, 재질 별로 하다가 ㅋ
다른 책들만 실컷 구경하고 왔다.
어쩔 수 없지. 아쉽지만 휴가 마지막 날에 코에 책냄새 넣은 것 정도로 좋았다고 여겨야겠다.
서점에 있다보니 글이 많이 쓰고 싶었고
책이 많이 읽고 싶었다.
오자마자 인터넷교보 보관함에 갖고싶은 책 몇 권 담아놓고
여기에 글을 끼적이고
이제 이거 끄면 책 읽을거다.
서점에서 하악 이거 갖고싶어 이거, 이거도, 이거도, 이거도 하다보니
집에 있지만 읽지 않은 수많은 책이 생각이 나고 의기소침해졌다.
그만 쓸래.
오늘은 여기까지다.
안녕, ;)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