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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Sweden(kiruna)

 

버스정류장 표시가 있고 KEMI-TORNIO 라고 적혀있었다.

그런데 왜....

 

이제 핀란드는 떠나는데 45유로나 남았어 만세 했는데

결국 나는 나의 45유로를 택시비로 고스란히 지불했다.

 

더욱 어이없던 건 그렇게 달려왔는데 TORNIO 에서 타야 할 버스는 13:35 가 아닌 14:00 였다는거다.

기차 출발 시간은 14:07 인데, 버스정류장에서 기차역까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7분 안에 가능한 정도는 아니다.

 

그 다음 기차는 18:40 숙소 도착은 빨라야 23:00

예약메일은 보냈으나 컨펌메일을 받지못한 이 상황에 방이 없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우울해졌다.

 

제길.

침낭도 샀겠다 잠이야 어디서든 자면 그만이지만,

내가 계획했던 여러가지가 틀어지는 게 서러워서 좀 울었다.

휴대폰은 배터리가 없어서 꺼졌고, 현금은 빵원에

울고났더니 배가 고픈데 택시비를 생각하면 핫도그 하나 사 먹으려고 해도 가슴 한켠이 저릿하다.

아 손떨려

 

 

 

 

그래도 난생 처음으로 이층버스를 타 보았다.

 

기사님은 런닝셔츠에 까만 라이방을 쓴 민머리 아저씨인데

고속도로에서 길을 잘못 들었는데 콧노래를 부르면서 빠꾸했고 그게 되게 마음에 들었다.

 

느껴지기에 스웨덴은 핀란드에 비해 유쾌하고 자유롭다.

옷차림이 그렇고 말투와 행동이 그래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다가와서 말을 걸고 버스에 있는데도 창 밖에서 알은체를 하고 인사하고 그런다

같은 북유럽이고 심지어는 어떤 특별한 경계도 없이 화살표 하나로 핀란드와 스웨덴을 구분지은건데

이 성향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거지.

 

친절하다.

 

버스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기차역이 어디인가요' 질문에

본인이 왜 버스에 있는지까지의 내용이 포함 된 아주 긴 답변을 해 주셨다.

(본인의 트럭이 고장났는데 고치려고 보니 부품을 구하려면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한다는 그런 얘기ㅋ)

 

 

그림같은 lulea 기차역

 

 

kiruna 행 기차를 타기까지 2시간이 남았다.

 

왜 갑자기 모든 게 내가 알던 시간과 달라졌나 했더니 예수승천일이라 공휴일 시간표를 기준해서였다.

어쩐지 종교인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속상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네.

 

 

 

 선물같은 일곱살 그레타,

 

 

기차에서 키루나에 사는 할머니집에 놀러가는 그레타를 만나 놀았다.

 

그녀는 아직 아기라 영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레타의 어머니는 나를 만나 그레타가 영어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걸 좋아하시면서

자꾸만 나에게 고맙다고 했고 나는 좀 민망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이는 많지만 영어를 못 하기 때문에 그레타도 좀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스웨덴어를 전혀 모르니까 그녀는 몇 번이나 가슴을 치면서 띄엄띄엄 영어를 했고

덕분에 내가 알아들을 수 있어서 나도 좋았다 ㅋㅋㅋ

 

나는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과 팔찌와 염분없는 팝콘을 선물 받았다.

 

맞은편에서 그녀가 그리는 그림이 정말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다 그린 후에 till 옆에 내 이름을 적으라고 했고

이름을 적었더니 나에게 주었다.

 

till은 영어로 to란다.

 

 

나는 좀 울 뻔 했는데 꾹 참았고,

기영이에게 주려고 사 두었던:;

펼치면 thank you라는 글씨와 예쁜 그림이 길게 늘어지는 카드를 선물로 주었다.

 

 

 

그렇지만 잠시 나의 따뜻하고 평온해졌던 순간은 숙소 도착과 함께 저 멀리로..

 

내가 지친 상태여서 그런걸까 숙소주인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주인이 보낸 컨펌메일을 받지 못한 건 맞다. 그치만

나는 5일 전에 이미 예약을 하면서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창을 확인했었다고.

 

결국 나는 싱글룸을 잡았지만, 도미토리가 다 차지 않았을 것에 팔할을 건다.

성수기도 아니고 관광지역도 아닌데다가, 무엇보다 숙소가 너무 깜깜하고 조용해.

 

안내 해 준 크고 화려한 방은

방금까지 누가 지내다가 이제 막 비운 느낌이다 켜져있는 TV도 헝클어진 시트도.

 

청결 여부를 크게 신경쓰는 타입은 아니지만 어쩐지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복수의 방법으로) 내 숄을 시트 대신 깔고 누웠다. (..응?)

실컷 자고 일어나는 시간 봐서 출발하기로 했다.

오늘과 내일 지나면 연달아 이틀을 야간기차행이다 체력을 보충 해 둬야지.

 

 

몸이 천근만근이다 정말 다사다난했고 빚진 게 많은 하루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위로 받았다 두고두고 갚아야지 정말

잘 살아야겠다.

 

괜히 근처에 차 세워두고 담배피다가

아저씨 나는 이제 어떡하지 망했어 OTL 하는 바람에

새로 옮긴 버스 정류소까지 태워다 주신 엄청 황당했을 아저씨와

 

나에게 버스는 이제 막 출발했다는 불행한 소식을 전한 탓에

근처 콜택시를 불러주고

택시가 올 때까지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함께 기다려준 TNT 택배 기사님 ㅋㅋㅋ

 

이제 와 생각하면 정말정말로 감격스러운 일인데

고맙다는 인사는 제대로 했는가도 가물가물하다.

아 늙어서 이불을 뻥 찰 일이다, 부디 복 많이많이 받으시기를.

 

아까 함께 나란히 앉아 택시를 기다리면서 TNT 아저씨가

모든 게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기운내자 혜윤,

 

 

그녀의 선물

 

 

 

 

2010.05.14

 

눈을 떴는데 천장이 낯설 때

내가 여행중이구나 새삼 깨닫는다.

 

여행와서 하루도 꿈을 꾸지 않은 적이 없다.

꿈 속에서 나는 새로운 남자-_- 를 만났고 그의 부모님도 만났다.

(그는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닌 바람둥이였음)

매일매일 다른, 많은 사람들이 꿈에 나온다. 생각지도 못했던 항상 다른 사람들.

 

모두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햇살가족들이 나왔고 지원이 나왔고,

윤지, 희준, 기영이와 박혜진이 나왔다.

양수오빠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해서 축하하고 기뻐해주었다.

 

꿈에 내가

60세가 되어도(왜 하필 60세였는지는:;) 나는 똑같이 사랑하고 똑같이 사랑받을거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다만 욕심을 좀 버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어떤 것에 대한 욕심인 지 아 다른 건 너무 생생한데

살짝 가물가물하지만 자식과 관련한 어떤 것이었던 것 같다.

 

 

 

 

늦은 아침산책을 나갔다가 안개가 자욱한 이 마을에 반해버렸다.

기대 않고 산 저렴이 오렌지주스는 정말 상큼하고.

 

 

 

 

어디든 장난질은 거기서 거기인 것 같고,

한국이나 여기나 ㅋ 아 웃겨

 

 

숙소 창가에 화분이 촌스럽고 예쁘다.

 

 

난몰라 선물을 또 사버렸다.

부피가 큰 건 아닌데 워낙 배낭에 여유없이 챙겨오는 바람에 좀 버거워졌다.

 

짐을 싸다가 얼굴이 벌개져서 꼭 필요한 거 뭐지 했더니 딱 ↑이거다. 카드랑 여권.

나머지는 홀랑 잃어버려도 아까운 거지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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