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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열쇠


내가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는 이유로
나만 우리집에서 개인 열쇠가 없다.

어릴 적에야 일찍 귀가해서 집이 비었으면
종종 그냥 앉아 기다리거나 담을 넘거나 했지만
회사 다니고 부터는 퇴근 할 때 집이 비어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야학 시작하면서 귀가시간이 더욱 늦어지고
이제 더이상 우리가족만 사는 집에 아니라 늦은 시간 벨소리를 내는 것이 조심스러워서
대안으로 우편함에 열쇠를 넣어놓고 내가 꺼내쓸 수 있게 하고 있다.

폭이 2cm 정도 되는 우편한에 손을 넣어서 열쇠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지난번 언제는 화장실이 엄청 급했는데 열쇠는 찾아지지 않고 확 짜증이 나서
열쇠 꺼내는 거 싫단 말야 차갑고 먼지도 많고 손가락 넣기 힘들어 했었다.

어제도 12시가 넘어 열쇠를 꺼내다가
문득 요즘엔 열쇠 꺼내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고
언제부턴가는 열쇠가 손을 넣으면 고리에 손에 걸릴 수 있게끔 놓여있다는 것을 알았다.

놓인 모양새가 툭 던져놓았을 때 나올 수 있는 모양새는 아니고 아무리봐도 부러 한건데,
가족 중 누군지는 몰라도 그녀는 내 편의를 위하여
집 안쪽에서 우편함을 열어 고리가 입구 바로 아래 닿도록 놓아주고 있는거다.
코 끝이 찡.


.. 흥 그럼 나도 열쇠 주면 되잖아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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