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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고민

혜윤 2014. 10. 20. 14:13

 

예정된 폭풍 전야의 나날들.

(아, 감정적으로가 아니고 실제로 곧 공모가 마감되고 심사와 실사 쓰나미가 몰려올 예정이다)

 

특별히 급한 일이 없는데다가, 비가 내리는 월요일이라

내 마음속의 땡보가 땡땡이를 외치고 있다.

 

습관처럼 월요일 별로, 라고 했지만

딱히 싫을 것도 좋을 것도 없이 지루하게 흘러가고 있다.

 

어제는 반나절에 한강을 네 번이나 오갔다.

오전에 시공사와 미팅건으로 양재를 한 차례 다녀왔는데

또 휴대폰을 버스에 두고 내리는 바람에 송파 차고지에 다녀왔다.

창석과 함께 예배를 드린 기념비적인 날이었고, 산뜻하게 이태원에 가구를 보러 가는 길이었는데

환승을 하려던 찰나에 변을 당한 것을 깨닫고 송파를 다녀온 후 심신이 지쳐

일곱시가 못 되어 귀가하였다.

(찾긴 찾았음.

역시 내 물건은 회귀본능이 강하다고 기특해했더니 창석이 지갑은 어디에 갔느냐고 물었다)

 

요즘 나의 일상의 한 축은 저런식이다.

특별하게 좋고 행복한 일은 아니지만 가볍고 유쾌하다.

 

그렇지만 또 한 축은 굉장히 짙은 불편한 마음이 차지하고 있지(땡보와 함께)

결국에 마음먹은 퇴직과, 그 이후의 삶을 생각하는 게 가장 고되다.

 

서른 넷의 내가 어디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이 부분은 내가 지금 내 일터를 평생 다닐 게 아닌 이상

매 해(한 살 더 늙을 수록) 깊이가 더해 갈 고민인 것을 알기에 늘 지금이 최적이지만

또 하나의 고민은 서른 넷의 내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결혼을 1년 정도만 미루고 싶다.

결혼을 앞두고 상황이 불안정해지는 것이 창석에게 미안해서가 하나이고

구직을 앞두고 상황이 불안정해 질 내가 염려되서가 하나다.

적절한 인재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안정적인 근무에 장애가 되어보이는 요소 여럿을 지고 나타난 늙은 여자를 받아 줄 것인가.

 

 

..

고맙게도 창석은 늘 나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하지.

그렇다고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하, 갑자기 눈물이 핑 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