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점심에 감자탕을 먹으면서 창석의 집 알아보는 이야기를 하다가,
얼떨결에 결혼이야기가 나왔다.
뭐 내 연애 타입이야 늘 헤어지지 않으면 결혼, 을 염두에 두고,
엄마와 결혼과 관련하여 감정싸움을 한 경험이 고작 얼마 전이기 때문에
나름은 아주 어색하게 맞딱뜨리지 않을 수 있을거라는 자신이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는 감정적으로 준비가 되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었구나를 알았다.
정말 내 일, 우리 일이 되어 코 앞에 다가온 것 같았고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설렘과는 별개로)
두려울 정도로 굉장히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었음.
이번 계약만기 이후 그가 살 집을 구하는 데
그의 부모님은 결혼을 염두에 둔 정도의 지원을 하시겠단 거였고
그 맥락에서 나와 함께 집을 보러 다니라는 거였는데,
지원 규모가 내가 부담을 느낄 정도였고 그래서 종일 마음이 복잡했다.
결혼은 나와 내 배우자의 힘으로 하는 것이 내가 그리던 그림이었고
결혼이 이야기 될 그 때 나와 상대의 재정 규모에 맞춰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제껏 부모님 지원을 마다해온거고 많진 않지만 알뜰살뜰 모아왔
(다고 생각하)는데(뭐 그래오려고 했다는거다.. 최선을 다한 데 의의가 있.. 하아..)
상황이 어찌어찌 불가피하게 상대 부모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고보니
어디까지 도움을 받아야 하는가가 고민의 지점이 되고
그게 상대방 부모님은 물론
혹여라도 내 부모님께 부담이 되는 정도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빚없이 시작하는 결혼생활이 얼마나 큰 복이고 감사할 일인 지 알고 있지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이상
내가 생략하고 싶었던 예단 예물 등의 절차도 거쳐야 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드니까 좀 우울해졌다.
참 나도 도움받기 싫어하는 게 내 멋대로 하기 위해서라는 거를 다시 한 번 깨달음:;
창석과 더 많이 자주,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오해가 없어야겠다.
진심이기만 하면 소통에는 해가 없다가 그 간의 내 기준이었는데
얼마나 오해가 없이 표현해내는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지혜로워야겠다 생각한다.
그래도 오늘 이창석이
음, 감자탕 먹으면서 말하기가.. 응 좀 그렇지만.. 결혼해야지, 한 게 고맙고 행복했다.
감자탕집이어서 더더욱.
감자탕에 들어있는 감자는 정말로 맛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