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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관계
혜윤
2013. 5. 7. 09:51
이렇게 모호한 관계가,
싫어졌다
네 시경이 되면 함께 고양이를 보러가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동네를 빙 둘러 사무실로 돌아오는,
어느 휴일에는 마주 앉아 맥주 열잔을 비우고 심심할 때 불러내어 동네국수를 먹고
놀이터에 앉아 그가 준비 해 온 유리컵에 맥주를 따라 나눠 마시는
남자 혼자 가기 불편한 장소에
가고 싶은, 그러나 혼자는 어색했던 모임을 공연에 함께 가자고 하는 이 관계가
어느 때는 설렘만으로 좋았지만 이제는 아니게 되었다.
그래도 좋아할래요, 말하는 어린 그에게 너무 고맙고 그만큼 미안해서. 조급해서.
나는 그가 좋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그보다
내가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 나를 좋아하는 그가 더 소중해 더 우선이야
착각이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실제로 그가 나를 좋아했던가 그저 그렇게 여겼던가가 상관이 없어져야 한다.
설사 좋아했다 하더라도 내게 말할만큼은 아니었던거야, 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가요 하아 ㅎ
반반의 확률 때문에 행복했는데
이제는 반반의 확률 때문에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게 마음이 있다면 그러니까, 빨리 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