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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점
혜윤
2013. 2. 6. 14:40
어렸을 때는,
곳곳이 헛점 투성이면서도 오점이 남는 그 순간순간이 그렇게 싫을수가 없었다.
그 오점이라는 게
단순한 오해때문이 아닌 어느때는 명확하게 내 잘못과 판단 때문인 경우에도
깨끗하게 털어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머리로는 다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겠어, 로 끝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그 상황에 놓여지면 쉬운 게 아니야, 참말로 쿨하게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ㅋ
이제 와 돌아보면 비단 내 삶 뿐만이 아니라 누구의 삶에도
정말로 '오점'이라는 게 있기는 한걸까,
통째로 지우고 싶었던 연인과의 2년에서부터
상대방은 알아채지도 못했던 작은,
혹은 누구의 인생을 송투리째 흔들었던 큰 실수,
말하는 순간에도 진심이 아닌 걸 알았던 독기어린 말들
괴롭고 창피한 크고작은 사건과 감정 하나하나를 통해서도
조금씩이나마 성숙해가는 디딤돌이 되는거를 알겠다.
나잇값을 오점으로 쌓아간다는 거를 알겠다.
배분팀에 합류하여
6년만에 다시 신입이 되었다.
난생 처음 접한 배분의 세계.
이 길 역시 예측할 수 있는 너무 많은 좌절과 죄책감과
아직은 알지 못하는 굉장한 일들을 마주하겠지만
너무 작은 하나하나에 마음 쓰지 말 것.
다만 성숙했다 여기는 그 만큼은
그에 걸맞게 행동할 수 있을 정도로 긴장해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