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Iceland(vestmannaeyjar)

혜윤 2013. 1. 26. 01:48


2010.05.20

 

유럽은 지렁이마저 스키니하다.

 

Vestmannaeyjar(이건 진짜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 모르겠음:;) 들어가는 페리 안.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포라크쇠픈 가는 길의 풍경 역시 정말 천연의 기운이 가득하다

아 반한다 정말 마음에 드는 나라. 운전을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

유황냄새가 풍겨온다.


배에 탔는데 저쪽에 서양애들이 트름을 되게되게 크게 한다

실제로 냄새가 나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냄새가 코 앞까지 단숨에 달려올 것 같은 파워임.

상위에 발 올려놓고 되게 크게 얘기하면서 껄껄 그러더니

결국 관리인 아저씨에게 혼이 났다 아 쌤통 ㅋ

 

비행기가 하늘을 날거나 배가 물 위에 뜨는 건 정말 신기하다 무지 크고 무지 무거운데! 

멀미를 하지 않는 사람인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라고 적기가 무섭게 어지러워서 두 시간을 잤다.

도착할 때 되게 멋져서 사진찍고 싶었는데 기력이 쇠하였다.


수족관과 자연역사박물관을 돌았는데

미친듯이 비싼 비용을 지불한 거는 아니지만(500ikr) 조금 실망스러웠다.

퍼핀라이브링크가 된다고 했는데 영상이 꺼져있던 게 제일.

타박타박 동네구경이나 할 걸!

아이슬란드에 올 때에는 트랙킹화를 신고 왔어야 더 좋았을거를.

 

기대에 차서 피자를 먹으러 왔다가 기대 대신 분노를 담아왔다.

맥주와 함께 먹을 생각에 두근두근 했었는데 새까만 피자를 받았다.

 

처음에는 이게 아이슬란드 스타일인 줄 알고 군말 않고 먹었는데

나갈 때 본인들끼리 만들어 먹는 피자를 보니 샛노래 어쩜 이렇지?

동양에는 피자 없는 줄 아는건가 어이가 없다,

피자67 절대 추천 않을거다.



미쳤음?

 


나는 정말 관광지 중심 여행 타입은 아닌 듯,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정말 굉장한, 굉장한, 굉장한 나라. 정말 거칠고 정말 아름답다.

점점 여행에 적응해가고 있구나를 느낀다 벌써 절반, 앞으로 절반밖에 남지 않는 것이

아 갑자기 가슴이 너무 아파와.

 

바닥에 화산재가 가득하다. 집집마다 비가 오는데도 지붕 청소가 한창이다.

까만 것의 정체가 궁금해 물었더니 화산재란다 지난 주 금요일 화산이 터져서 그렇단다.

이 곳은 그래도 나은 편이고 지도를 보여주면서 여기는 정말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하면서 지도를 가리키는데

그의 손가락이 멈춘 '여기'는 내가 곧 갈 스코가포스야 이럴수가 ㅋㅋㅋㅋㅋ ㅠㅠㅠㅠ




10초인 줄 알았는데 2초로 맞춰져 있던 타이머, 나 아직 안 갔다잉.




2010.05.21

 

초코렛을 자제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아이슬란드 여행 내내 먹을거라고 마음먹었던 공항에서 산 초코렛은

이틀 새 두 개 밖에 남지 않았다.






날이 습하다 그냥 숙소에 종일 있고 싶어.

화산재 덕분에 옷이 까매졌는데 옷이 마르지 않아서 걱정이다.

아이슬란드에서 빨래하긴 글렀다 언제 여건이 되면 세탁서비스를 맡겨야겠다 청바지랑 해서 몽땅.

꼴이 말이 아니네.


매일매일 나의 징징이를 들어주느라 하나님이 제일 고생이고,

그 다음이 카메라랑 신발이다

화산재와 먼지와 습기를 엄청 흡입하고도 여전히 탈 없이 작동하는 나의 카메라와

보송보송 잔디 위를 걷기에나 적합한 흰 컨버스야 내가 미안하고 고마워

 

 

아이슬란드 전통빵, 이라고 사진을 본 기억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샀는데 무지 달다.

갓 구운 걸 커피랑 먹으면 되게 맛있을 듯

슈펴에서 사 그런가 되게 샤니빵 느낌이다 ㅋ

 

머리를 묶고싶긴 한데 바람이 세고 비가 자주 와서 모자를 쓸 수 없어서 안되겠다

습한 날씨가 좀 찝찝하지만 날이 맑았다면 화산재가 흩날려서 온통 엉망이었을거다

해 나는 날이 아닌데도 차가 지나가면 화산재가 붕 날린다.

하나님 고맙습니다.

 

어제 끝까지 돌지 못하고 나온 봄베이오브노스에를 다녀왔다

당시의 상황이 그려져서 마음이 아프다

어제도 슬펐지만 오늘도.

 

자잘한 것으로 배 채우는 것보다 한 끼라도 든든하게 먹는 게 아끼는 거라는 거 알면서도

자꾸만 군것질을 하게 된다.

굳이 아끼고 싶은 마음보다는 그냥 군것질이 좋기때문인 것 같기도 해.

또 슈퍼에 들어갔다가 사과 두 알과 요거트와 말트볼을 사 버렸다.

아침에 들렀던 론리에 나온 가게 보다 여기가 훨씬 더 싸다,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내일 스카프타펠 들어가면 가게가 없을지도 몰라, 라는 합리화로 샀는데

이건 뭐 들어가기 전에 다 먹을 기세.

패밀리 사이즈라며 이건 아니잖아.

 

정말 home sick, 이 어울리는 곳이다. 리듬과 음색과 느낌이.

안개가 자욱.

잊지 못할거야.

 

하나하나 내 안에,

별 것 아니어도 새로운 것들이 쌓여가고 있다.


계속 이동을 하는 여행에는 샤워를 밤에 하는 게 좋다는 걸 알았고

그래야 수건이 잘 마르고 짐 싸기가 편하다는 거를 알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빨래를 하고 준비물을 싸는 순서 등에 대한 요령이 생겼다.

나는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것에 능하지만,

미리 정보를 얻고 경로를 효율적으로 짜는 것에는 굉장히 젬병이라는 것도 알았다.


스코가의 호스텔은 25일에 오픈이라 한다.

안 그래도 낮에 화산재 이야기를 듣고 어째야 하나 좀 고민을 했는데

선택지가 없다, 결국 스카프타펠행.

생각보다 빨라졌고 마음이 편안하다

스코가를 뒤로 미루게 하신, 또는 가지 못하게 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서.

나는 따라갈 뿐이다 모든 게, 그냥 너무너무 완벽하게 느껴져.

  

나는 기영이의 사랑이 부족하다 오늘은 몇 번이나 그와의 관계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혹은 그의 마음이 그렇게 되어지기를 바랐다.


배 바깥은 안개가 가득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하얗기만 하다.

배가 목적대로 가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얗다

현기증이 날 때 처럼.

창문을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놓은 것처럼 새 하얗다.


온통 새 하얀 바깥과


말도 안되는, 내 입장에서는 고작 1인 분량 정도의 몰티져스 무려 패밀리 사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