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way(bodø)
2010.05.15
7시 버스를 타야해서 좀 긴장하고 잤다.
12시에 한 번 깨고, 두시에 한 번 깨고
네시부터는 다섯시까지 10분 간격으로 계속 깼다.
얼마 전에 버스 때문에 좀 곤혹을 치렀어서 트라우마가 있던가
버스가 오거나 정류장을 잘 못 알았으면 어쩌나 염려했는데
무사했을 뿐더러 버스 타기 직전에 론리에서 본 정보덕분에 거의 반값 버스비의 쾌거를 이루었다.
버스에서 혼자 스키를 타러가는 할머니를 만났다.
예의상이었겠지만 함께 가자는 말에 좀 혹했다.
저기 산 어디에 작은 오두막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 장비랑 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러 한번씩 쉬고 놀다 온다 했다.
머리가 하얀 호호 할머니인데 한국에서는 중고생이 열광할 멋진 파카 입고
당신의 취미를 갖고 있고, 에너지가 있는 것이 매력이 있다.
할머니와 헤어지고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겨잡았다.
뭐 어떤 근거를 갖은 건 아니고
지도상 나르빅은 북쪽 좌측에 있고 보되는 내려오는 방향이니
오른쪽에 해안을 끼고 달릴 것 같아서 그랬다.
아 설레!
자연이 만드는 색은 예쁘지 않은 게 없어
이유를 좀 생각했는데 과하지 않아서, 인 것 같다.
맑은 물 색이 황홀하다
핀란드 예쁘다 했는데 노르웨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푸하 ㅋㅋ 일기장에 요렇게 줄을 그어놨네...:;;)
내가 지나는 길 가 바로 옆에서 흐르는 아주 작은 물줄기가
어디로 이어지는 지 어디로 흐르는지가 너무 빤하게 보이니까
그게 정말 경이로운거다.
작은 물줄기 같은 나와 사람들의,
그러나 하나님께는 명확할 가능성과 미래를 생각했다.
살아계신 하나님만 소망하라.
놀랍게 예쁘다 돌 산에 쌓인 눈이!
고도가 꽤 되는지 귀가 멍하다
산허리를 타고 돌아내려와서 버스가 배를 탔다.
고작 2810kr 에 이런 경험과 절경을 볼 수 있다니 감격스러운 지경이 되었다.
정말로 육지가 아예 뚝 떨어져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동선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인가,
뭐 어떤거든간에 너무 로맨틱-_- 해-_-
버스가 배 탐
내 덩치만한 타이어 우왕왕
하루에 한 번씩 우는구만.
bodø에 도착하자마자 오후 기차 예약을 하려고 했더니
좌석은 다 나갔고 유레일이 적용되지 않는 슬리핑시트가 있단다.
편도에 19만원인데 과하다 나한테.
다시 걸겠다고 하고 급히 근처 숙박시설들을 알아보았는데
당일에 당장 구할 수 있는 숙박요금 역시 기차요금과 별 반 다를 게 없어서
좀 망연자실해 있었다.
10분은 머리를 비우고 결국에 슬리핑시트 예약으로 마음을 굳히고 전화를 했더니
그 새 일반 좌석이 하나 났단다. 예약금으로 만 이천원을 내고 전화를 끊고나니
긴장도 풀리고 감사해서 눈물이 다 났다.
게다가 내친김에 내일 표까지 미리 예매하려고 보니, 노르웨이 공휴일이라 야간기차가 없다는거다.
급히 일정을 바꾸어 17일 야간기차를 예약하고,
트론헤임에 내일 숙소 잡고 오슬로 숙소는 취소 하였다.
정말 전화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심지어는 미리 예매 할 생각 안 했으면 내일 엄청 당황했을 일이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의외의 일이 생긴다 나는 나른한 사람인라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괴롭고 힘들다.
기차역에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완벽한 소진.
재정적인 부분에서 좀 마음을 가볍게 먹고 싶었는데 결국 기차표 얘기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굶어야겠다 였고, 내가 얼마나 불쌍했는가 하나님이 또 져 주셨다.
이래서야 나는 언제 한 걸음 내딛나, 원하시는데까지 자라나려면 한참이네.. ㅋ
해가 반짝거리는 데 항구에 나와있으니 좋(은 것 같)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져 온다 오기를 바라고 노력하고 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아름다운 자연 보았잖아.
기분전환 겸 항구에 앉아 은해에게 엽서를 쓰다가 바람이 세서 날려먹었다.
엽서랑 책 사이에 껴 두었던 기영이가 써 준 편지와 연락처들을 잃을 뻔 했다
부둣가 끄트머리에 대롱대롱 걸친채로 자칫 바다로 떨어질 뻔 했던 걸
지나가던 옥색 점퍼를 입은 백발할머니가 도와주셔서 모두 건졌다.
영어를 하지 못하셔서 소통은 어려웠지만
행동과 눈빛으로 위로를 받았다.
도움 덕에 잃어버린 것도 없었지만 유레일패스 이런 거 바다로 날려먹었으면
정말 모든 게 최악처럼 느껴지고 헤어나오기 힘들었을 것 같아
고맙습니다.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예쁜 고양이들을 많이 만났고
공원 잔디에 앉아 치즈를 먹었다.
있으면 먹는 타입이라 두고두고 먹을 생각으로 뭐 쟁여두면 안되는데
왜 마트만 가면 자꾸 그 사실을 잊을까요
치즈 너무 맛있는 거 아님?
행복하다 날 좋은 날, 바깥에 유유자적 앉아있어도 괜찮아서.
서울에서 굉장히 부러웠던 것 중에 하나가
점심 먹으러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해 나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있는 사람들이었는데 그게 내가 되었다.
아까 보되로 오는 길은 숨이 턱 막히도록 좋은 장면이 많았다,
일어났는데 바깥에 새 하얀 눈이 가득 쌓여있을 때.
창 밖으로 툭툭 내리는 비가 꽃 잎을 툭툭 치는 걸 볼 때 느끼는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 마음, 장면 잊지 않기를.
신기하다 이렇게 환하고 예쁜데 저녁 8시라니.
창에 앞 집이 비친다,
요 녀석이 꽤 오래, 멀리까지 나를 졸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