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첫 짝사랑,

혜윤 2012. 9. 17. 07:30

 

짧지만 반드시 기록해두어야 할,

나의 첫 짝사랑이 끝이 났다.

 

긴가민가했던 그에 대한 내 마음을,

지난 월요일, 아저씨에게 너와 만나고싶다 이야기를 듣는 도중에

내가 자꾸 그 친구와 그를 비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확신하게 되었다.

별 다른 이상형이 없던 내가 그를 내 이상형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긴 시간 깊게 생각하고

시간을 내어 적절한 타이밍에,

직접 얼굴을 보고 전달해야 할 소중한 이야기라는 것 알고있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더 움추러들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오늘은 집 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이불속에 기어들어가 한 시간을 고민했다.

 

'니가 좋아' 라고,

요 며칠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던 말을 입으로 내뱉을때의 비현실감이란!

내가 실제 그에게 말을 하고 있는건지,

제 3자가 되어 다른 사람의 고백을 듣고 있는 건지,

꿈을 꾸고 있는건지 모를 붕 뜬,

난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이미 연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떤 상황에 따라 말하고 말하지 않을 게 아니었다.

내가 '니가 좋다'고 이야기를 한 건 어떤 결과를 원해서가 첫번째가 아니라,

그냥 내가 처음 느껴본 이 신기하고 소중한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던거다

나의 마음을 위해서.

 

그는 '야 진짜 이거 진짜 너 답다' 라고 했고, 둘이 한참 웃었다.

 

열정적인 사랑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같은 가치관을 가진 익숙하고 편안한 연인을 기대하는 나와,

늘 이야기 했던,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그와는

그 기준에 차이가 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친구같은 연인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내가 친구여서 안된다고 하였다.

 

너 같은 사람 없다고,

좋은 사람이 좋아해주어서 기쁘다고 했다

그런 말들이 얼마나 상대에겐 의미없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인지 이제야 알겠다.

야 이놈아 ㅋㅋㅋㅋ

성격이 맞고 마음이 맞는데 친구라서 안된다는 게 말이되냐 이놈아 ㅋㅋㅋㅋ

 

전화였던만큼 나는 얼굴을 마주하고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 시간만큼이 그가 내 마음과 그의 마음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었으면 했는데

단박에 결과를 내 준 것이 야속하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

친구여서고 뭐고 그냥 그건 내가 그에게

이성으로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단호한 표현이라는 것 알겠다.

 

여지를 남기지 않는, 느끼하지 않은 그 답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지금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그래도 잠을 살짝 설쳤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예상했던 정도의 상태다.

살짝 우울하지만, 그래도 일상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보낼 수 있을 정도!

 

 

나이 서른 둘에 첫 짝사랑.

참말로 어이없고 귀엽다 박혜윤 ㅋㅋㅋㅋ

 

 

심장이 두근두근 굉장한 경험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은,

이런거였구나!

 

연인을 사랑할 때와의 기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살짝 아리고 행복한 마음이 있다.

 

내 인연이 아닌 사람에게 마음을 접는 것 잘 하는 편이고,

그래서 곧 다시 내 마음도 예전 같아질거고

이미 그렇지만 그와 나 사이의 관계는 이제껏과 전혀 달라진 게 없을거다.

여전히 시덥잖은 농담과 장난을 치고

서로의 좋은 점을 알고 칭찬하고

기쁜 때 힘든 때를 함께 할거다.

 

특별한 친구였음에도 이제는

나는 그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거절당한 사람들 중 그냥 하나가 되었다

그래도 정말로 용기있었어, 박혜윤 정말로 대단하고 기특하고 예쁘다!

 

아 홀가분해! :-)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애! 이야기에

내 생애 너한테 그런 얘기를 들을줄이야! 경악하면서 축하한다! 를 연발했던,

나의 모든 고민과 결정의 과정과 결과를 경청 해 주고 응원, 위로 해 준 형아에게 감사.

 

그 친구가 복을 찼네 너를 못알아보다니 난 걔 별로다

라고 해 주어서

 

아니야, 라고 했지만

사실 조금 속 시원했어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