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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허당 혜윤 ㅋㅋ

혜윤 2012. 6. 12. 05:30

 

어렸던 언제는

사람들이랑 모여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아니면 결론이 없더라도

 

가치를 이야기하고

의미를 이야기하고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에 뭔가 손 끝이 떨리는 흥분같은 게

있었다

 

생각해보면 궤변뿐인 때도 있었는데 그런식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내가 실제 대화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든

그냥 그런 자리 한구석에 앉아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거든

우주를 논하는(것 같은) 굉장한 사람이 된 양 좀 콧대가 높아지던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하면 유치하고 어리고, 귀엽고 그렇네.

 

따지고보니 그닥 어리지도 않았던 스물넷의 들머리

파라곤 옥상에서 새벽녘까지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던 때가 생각난다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 를 주제로 왕왕 이야기 하다가

가게가 문을 닫는 열시 반 전에 맥주를 사야 한다고

역시 이제 막 닫으려던 숙소 쪽문으로 기어나가고 그랬었다.

 

왕왕대던 소리들이 웅얼웅얼로 바뀌면

무릎 탁 칠만한 어떤 결론도 없이 그냥 가슴이 뜨겁기만 한 채로

눈이 풀려 각자 도미토리로 기어들어가고 그랬다.

 

실속없이 시간만 낭비하던, 쥐뿔도 없으면서 으쓱하던 그 때가

우습지만 조금 아름다워.

 

그 때의 나를 만난다면

실컷 비웃어주고, 그래도 젊어서 예쁘다 궁둥이를 토닥토닥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