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Finland(kuopio)

혜윤 2012. 5. 14. 08:41

 

 

kuopio

 

 

 

 

kuopio 가는 열차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 쪽에 학교가 있는가 다들 추리닝에 몸통만한 망치가방 하나씩 끼고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책을 들여다보거나 한다

주말에 집에 왔던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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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한국사람

christian 그리스도사람

 

어느 게 '옳은' 일인지 를 생각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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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 내가 또 언제 이렇게 실컷

좋은 말씀, 좋은 노래 들으면서 호수와 숲이 이어지는 철길을 달리겠는가요.

후에 이 풍경을 영상으로 만든다면 배경음악은 재주소년의 '마지막춤은 나와 함께' 로.

 

인디언핑크빛을 띈 숲. 숨이 멎을 것 같다.

배려일는지는 모르겠지만 타는 기차마다 모두 창가에 순방향 좌석이다.

 

고맙습니다.

나의 모든 상황과 여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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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게 숙소도착.

침대 여섯개짜리 도미토리를 혼자 쓰는 건 둘째치고

주인아주머니도 없는 숙소 전체에 외국인 남자애와 둘만 남은 게 조금 무섭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두려워하는 건 옳지 못한 거다

인터넷을 하고 있다가도 내가 지나가면 '컴퓨터 쓸래?' 라고 물어봐주는

사실은 굉장히 좋은 친절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도착이 늦어 좀 피곤한데다가 밤이라 좀 으슥한 기분이 들어 그런걸거다

호수 옆 호스텔이라 내일은 정말 환상일거야!

 

 

 

 

2010.05.10

 

 

좋을 줄 알았어 이 마을, :)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해도 적당히 나고 이곳에서 처음으로 탄산수가 아닌 그냥 물을 마셨다 감동 ㅠㅜ

 

 

세 알에 무려 1유로짜리 귤을 먹었는데 보기보다 맛이 있다

항구쪽 마켓 구경을 나왔는데 선인장처럼 생긴 악기를 연주하는 아저씨도 있고

중고서적도 팔고 그런다.

 

 

 

 

어머나 반가워

옥션에서 1,900원 공동구매의 기억.

 

 

비싸서 나는 잘 못 사주는 로얄캐닌.

아 누렁이 보고싶네,

 

 

어제 밤과 아침에 걸쳐 쓴 엽서를 부치려고 지도를 보고 우체국을 찾았는데

이사를 했단다

허탕인가 했는데 걷다가 이사한 우체국을 발견하고 기뻤다.

생각보다 우편료가 매우 싸다 0.8유로라니 이건 뭐 국내에서 국내로 보내는 수준.

자주 보내도 될 것 같아, 무민가족스티커를 한 장 샀고 다음 엽서엔 붙여서 보낼거다

  

 

 

1:33pm 숙소 근처의 호수가 기똥차다

호수만 보고 있어도 하늘에 새가 몇 마리 날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책 읽고 노래 듣고 한나절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바람이 아주 조금만 더 따뜻했으면.

 

덕분에 원래 일정이었던 전망대에 오르는건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시내를 구경하고 호숫가에 있기로 하였다

내일은 노천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전망대에 들렀다가 5시 기차를 탈거다

야간열차를 타는 날이니 씻고 나서야지

이 곳에서도 이틀에 하루 머리 감기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풉

 

론리에 나온 송어요리를 맛있게 한다는 vapaasatama sampo 에서 훈제송어요리를 주문했다

맥주도 한 잔 하고 싶지만 그럼 좀 외로워질 것 같아 관두었다

오늘 저녁에는 빨래도 해야하는데 멀쩡한 정신으로 들어가야지.

 

어찌되었든 비수기에,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는 것이 깨나 외롭다.

말 할 일도 없고, 주문하느라 나눈 몇 마디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스크바에서 왔다하는 아저씨가 함께 커피를 마시자 하였고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여행객 같지 않은 자의 호의가 무엇인 지 알 수 없어서

(하필 출국 직전에 읽은 책에서 그런 식의 제안은 더 깊은 관계를 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보았..) 거절하였다

조금 아쉽다.

 

 

사진찍어도 괜찮니, 에 기껍게 응해준 여학생들

발줌으로는 한계가 있는 호숫가의 거친 바위 OTL..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다.

 

 

쇼핑몰 입구에서 진행중이던 환경보호 서명캠페인.

소속을 seoul korea 로 하고났더니 유난스럽고 우습고 뿌듯하네 ㅋ

 

 

김민종 닮은 언니

 

 

 

2010.05.11

 

내 욕심이 이렇게 결실을 맺는구나 싶다,

5월에 아이슬란드에서 참여할 수 있는 투어상품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욕심냈던 투어패키지는 몇 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을 조금만! 접으면 될 것 같은데

버스 패스 역시 그렇다는 게 좀 곤혹스럽다.

 

왜 전화는 안 받는거야 아침부터 아이슬란드 여기저기 폭풍전화질을 해 대다가

핀란드와 세시간 차이가 있는 걸 깨닫고 기다리고 있다.

 

 

 

 

체크아웃 시간이 되었는데 어제 빨아놓은 옷이 마르지 않아 옷걸이에 걸어 들고 나왔다.

호숫가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벤치에 누워서 유유자적 하고 있다

 

길게 잡아 15-20분이면 다 마를 것 같았는데 택도 없네

해도 좋고 바람도 좋다

옷이 날아가 호숫가에 빠지는 일만 없다면 평온하고 행복하다 기다리는 시간

나 너 없으면 추워서 안돼

 

트랙이 가능하다면 그대로지만 혹시 불가하면 일주일가량 일정을 줄이게 될 것 같다

일정 조정에 추가비용이 얼마나 들려나

 

 

 

 

 

 

 

 

다들 그냥 일상일텐데(한국에서도 너무 흔히 보는) 여행자의 입장이기 때문이겠지만

하나하나 눈여겨보게 된다

 

호숫가에 앉아 문자를 보내는 그녀의 가방 안이,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놀이터에 들렀다가 다시 갈 길을 가는 그들의 목적지가,

이 시간에 강아지와 산책하는 붉은 머리 그녀의 직업이 궁금해

 

나에겐 일상인 장면을 여행하는, 나처럼 눈여겨 볼 누군가를 위해

내 삶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가방이 무거워 벤치에 앉아 쉬었는데

새삼 힘들 때 쉬어가면 되니까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 시간이 감격스럽다.

일상에서는 쉬고싶지만 멈추지 못하고 죽 가야 할 때가 얼마나 많았는가

 

이 장면에 어울리는 노래가 너무 많지만,

그렇다고 노래를 듣기엔 놓치기 아쉬운 자연의 소리도 너무 많다.

헬싱키에서 굳이 생태마을을 찾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인 것 같다 여기는 그냥 일상이 그런걸.

눈을 마주치면 웃어주는 사람들이 행복.

 

BGM 이상은 비밀의화원

 

 

 

FODO에서 7.5유로 짜리 뷔페를 먹었다.

빵과 스프는 무난했고 음료에서는 물 탄 막걸리맛이 났다.

 

 

 

다시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너무 많이 보여주었다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실제로 본 것의 절반도 채 되지 못해 안타까워라

눈과 마음에 담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