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land(tampere)
tampere
2010.05.07
어제 탐페레에 도착했다
인터넷은 전혀 한글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공중전화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내가 못 찾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온 몸에 기운이 쭉 빠졌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고작 며칠동안도 숙박과 이동을 위하여는 미리 예약해야 할 것 투성이었고
인터넷만으로 되지 않는 것도 있는데.
호스텔 인포 직원은
핀란드에는 이제 휴대폰이 너무 보편화되어 공중전화는 물론 유선전화도 드문 지경인데
니는 정녕 빈 손으로 온 거니 동그라미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당신의 그 눈빛은,
진심으로 놀라고 있는거야? ㅠ
다행히 내 방 창 밖으로는 바로 교회(성당)이 보이고
그게 위로다.
휴대폰을 빌릴만한 곳이 있는가 찾아보아야겠다 생각했고
설레면서 호스텔을 나섰고
찬 바람을 맞았더니 상쾌해졌다
결론은 8만원 정도를 주고 휴대폰을 구입하였다는 것과
오랜만에 한국말을 하였다는 것.
그리고 기영이와의 짧은 통화 중에 내 감정상태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는거다.
그는 여전히 내가 즐겁고 잘 지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나는 아직 긴장해있고 외로운 상태였고
나의 감정을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바랐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좀 보았다
숙소에서 편히 읽고 싶었고 대출카드를 만들고 싶었고
사서 아주머니는 너무 친절하게 물론 가능하다라고 하였고
대출카드 신청서에 적힌 거주기간 3days를 보고는 미안하다 하였다.
대출은 어렵지만
필요한 건 언제든 요청하면 알려주고 찾는 걸 돕겠다 하는 마음이 고맙고 따뜻하다.
친절하다. 내가 욕심이 과했던건데.
도서관 냄새.
고요한 분위기가 편안하다.
피오르드 관광 정보를 얻어왔다
뒤적뒤적 노르웨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가
내가 계획에 집중하는 것은 사실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당장에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그래야 이 황금같은 휴일을 그냥 보내는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내몰리는 듯한 이 상황에서 도피적인 행동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여행의 방식 중 하나 일 수 있는데
자유롭자
마음이
정신없던 일상을 떠나왔지만
나는 아직 그 곳에서의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05.08
여행을 온 이후로 매일 꿈을 꾼다
오늘은 신발이 많이 낡는 꿈을 꾸었고
꿈 속에서 사람들이 내 신발을 보고 걱정을 하였다
날씨가 좋지 않다.
강가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추울 것 같아서 나가기가 싫다
어쩌지 그렇지만 청소를 위해 10시에는 방을 비워줘야 하는데.
결국 아쿠아리움에 가기로 하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중에 고민했는데
1. 날씨를 고려하여
2. 물고기를 좋아하는 꼬마석규가 생각나고 보고싶어서
아쿠아리움으로 결정.
12시에 오픈인데 좀 일찍 왔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면서 노래를 듣다가 문득
북유럽에서는 북유럽 음악을! 을 외치며 담아온 kings of convenience 노래는 개뿔
주구장창 한국 노래만 듣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구수하게 장얼 노래만.
오늘은 비가 와 그런가 재주소년 노래가 참 좋네, 적당히 가볍고 경쾌하다
아우 개구져.
유럽 아기들은 정말 오밀조밀 인형이 따로 없다
개인적으로야 넙적둥글 중국호떡처럼 생긴 한국아기 얼굴을 더 좋아하지만.
어, 니모와 친구
왼쪽 물고기 놀랐네 푸핫
정기적으로 불이꺼지고 천둥번개가 치는(효과가 나는)데
물고기들이 우왕좌왕 한다.
와서 알았지만 아쿠아리움은 유원지의 부대시설이었다.
덕분에 전망대도 올라가고 유원지 구경도 했다.
비 쫄딱 맞으면서도 왁왁 소리지르면서 노는 살짝 겉멋 든 청소년들은 어디나 똑같네 귀여워 ㅋㅋ
독수리요새 닮은애
-
컨버스가 젖어 발이 시렵다
문득 어릴적 언제 예전 그와 덕수궁께를 걷다가
나는 발이 시려워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다 멈춰서서 징징거리던 장면이 생각이 난다
그는 택시탈까 업어줄까 당황해했다
결국 한 걸음도 걸을 수 없기는 무슨,
꽤 멀던 목적지까지 걸어갈거면서 왜 나는 그를 그렇게 당황하게(실제로는 짜증나게) 했을까
과정없이 성숙하는 것은 없는 것 같아 예전을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아마 나는 그냥 투덜대고 싶었던 것 뿐이었을텐데
기영이가 또 전화를 해 주었고 사랑하고 고마웠다.
휴대폰 개통한 지 고작 하루인데 꽤 여러번 통화를 하였다
공항에서 그가 쥐어준 전화선불카드도 있는데,
나흘에 한 번 내가. 로 규칙을 정하자 해야겠다
- 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통화에 대해 아까 생각한 규칙을 이야기하려고 기영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은 것이 그렇게 서운할수가 없었다
서운한 감정 갖지 않으려고 생각해낸 규칙이었고 그래서 전화한거였는데
마음이 엉망이 되었다
1. 더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2. 내가 어른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창피함
두 마음 사이에 갈등이 있다
화를 내고 싶지만 일부러 안 받은 것이 아닌 이상 화를 낼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고
설사 그런 상황이어도 화를 내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 알고 있다
하나님 그는 나의 짝꿍인가요
그나저나 아직까지 궁금한 건,
왜 화장실 픽토그램은 다리를 꼬고 있는거야
참을 수 없을 지경이라는거니
2010.05.09
주일예배.
시20:7
하나님의 이름을 부름으로
1. 그가 내 하나님이고 내가 그의 자녀라는 증거
2. 약속하신 것들의 성취
3. 억누르는 모든것으로부터의 구원과 속량
4. 나의 갈길을 인도하심
한국시간으로 새벽 두 시에, 기영이에게 전화가 왔다.
무음이라 몰랐다 미안하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목소리 들으니 좋아
서로 큰 부담 않게 길지 않게 통화하고
내가 다시 걸어 역시 길지 않게 했는데도 6유로를 금새 썼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서울에서도 웬만해서는 절대 병원에 가지 않는 나를 단걸음에 병원으로 직행하게 하는
내가 가.장.싫.어.하는 동그라미집단이 손에 나 있었다.
아무래도 어제 마신 우유 때문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없어질거다 최대한 쳐다보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무지 신경쓰이네.
포르보가던 날 볕이 세서 오른쪽 뺨과 이마는 화상수준으로 부어올라있고
심지어 쿠오피오로 가려던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사우나 때문이었는데 하필 생리라니
신체 컨디션이 바닥을 치는구만.
아, 그렇다고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아니다.
화상 이야기 나와서 말이지만, 그 날 이후로 해 나는 날이 없는 게 신기하다.
얼굴이 계속 이 상태면 어쩌나 좀 염려했는데
날이 흐리고 비가온 덕분에 진정 될 시간을 버는 것 같아 감사하다.
쿠오피오야 사본리나 대신 가는 거니깐 호수구경 실컷 하고 돌아오면 되지,
일찍 나와 역에서 아침을 먹고,
락커에 가방 넣어두고 커피숍에 왔다.
가격도 착한데 이렇게 담백한 라떼는 처음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케잌도 하나 먹을걸.
정말로 fresh 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맛이다.
아저씨 내 라떼 탐내다 딱 걸렸어요 ㅋㅋ
아,
짐 하나를 처음으로 덜었다.
(당시 일기에는 '짐'이라고 적었지만
내가 '짐'이 아닌 책'님'을 두고 왔다는 걸 불과 이틀도 채 되지 않아 깨닫고 땅을 침)
작년 인도에서 혜진간사님이 보고 두고 오려던 걸 내가 챙겨온건데 결국 이곳에 두고 간다.
한글 고픈 누군가가 기쁘게 보았으면 참 좋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