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Finland(porvoo)

혜윤 2012. 5. 4. 18:56

 

 

 

아이들이 등교하고 있다

 

 

학교 앞에 있는 진짜 텃밭

 

 

정말로 행복하겠다

 

 

 

 

 

2010.05.05

 

벌써 수요일.

8시간 정도의 수면이 적당한 것 같다 불편해서가 아니고 저절로 눈이 떠졌다

 

사과랑 들고 나가 좀 걸었다

호수 건너편 마을까지 한바퀴 돌고 오니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도 가고 회사도 간다

 

 

 

 

방값을 결제하고 짐을 옮기고 시내에 다녀왔다.

기차역에 있는 (몇 되지도 않는)공중전화가 죄다 고장이다, 내 동전을 몇 개나 먹었는지!

그걸 나보고 어쩌라고 식의 친절하지 못한 투어 인포 덕에 마음이 좀 상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의 동전을 내 놓으라는 게 아니고 어디에 가면 전화를 쓸 수 있는가였다구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청년이 본인의 휴대폰을 내주었다

선뜻 받아쓰는 게 마음이 쉽진 않았지만 받지 않을 수도 없었다 내 상황이

뭐 전화의 결과은 투루크 호스텔에 방이 없어 예약이 어렵다는 거였지만

그의 호의는 잊을 수 없을거다 전화비용을 드리려고 했더니 무료 통화라 괜찮다고 하면서 쿨하게 사라짐.

 

 

 

 

버스터미널

 

 

helsinki_porvoo

 

투르크는 내일 탐페레로 가는 길에 들르는 정도로 끝내기로 했다

투르크행 열차를 예약하고 porvoo 행 버스를 탔다

나는 왜 버스만 타면 졸려웁지

눈을 반쯤 감고 버스에서 보는(=소리가 들리지 않고 스틸컷으로 스쳐가는 순간순간. 이게 좋아서 버스가 좋다)

이곳의 삶과 자연은 군더더기가 없고 인위적인 곳이 없(어보인)다

 

흐리고 비가 좀 내렸다.

올드타운이라 예쁘고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기대했는데

물론 비수기이기 때문이겠지만 인적이 드물고

날이 변덕이라 스산한 느낌이 있었고 좀 울적해졌다.

 

점심을 먹으면서,

즐겁고 얻어가기는 마음먹기에 달린거라는 한윤학기부자님 이야기가 생각이 났고

밖에 나왔더니 해가 쨍했다

공원에 앉아 햇살을 쬐면서 성경 몇 장을 읽으며 앉아있자니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아

 

 

곳곳에 침엽수림이 있고 예쁘고 모든 게 톤이 비슷하다

자연만 그런 게 아니라 집도 사람도 그렇다 그게 신기하고 예뻐

옥색 흰색색 고동색

짙은하늘 흰색 진회색

 

 

 

올드타운 지도

 

 

 

 

 

사람 산다

 

 

 

볕 드는 공원이 평화롭다

 

 

옴마나, 얼마나 피곤하시면 ㅋ

 

 

 

올드타운의 수상가옥 사진은 이런 때(볕 들 때) 찍었어야 했는데 아쉽네

 

 

아까는 이지경 ㅋ

 

 

 

피자가 되게 크고 되게 짰다

나는 거의 이틀을 과일과 싸구려빵 조금만을 먹은 나약해진 몸이라구

그래도 돌아보니 내 여행에서의 첫 제대로 된 끼니였네,

피자 꼬다리가 제일 맛있었던 기억!

 

 

 

helsinki_suomenlinna

 

결국 나는 수오멘리나에서 하루 더 묵기로 했다

학교에서 단체여행을 와서 호스텔이 시끌시끌 하다.

싱글룸과 도미토리 모두 아이들이 가득찼고 덕분에 나는 더블룸을 혼자 쓰는 여자가 되었다.

 

너무 하얗고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깔끔한 방이

영화 '스토커' 또는 최근에 본 '보이A'가 숨어살던 방의 느낌이다

 

나는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를 되게 좋아하는데 이 음산한 기운은 뭔가,

공간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사람이 없어서다 살갗이 없고 온기와 부대낌과 음성이 없다

이렇게 철저하게 혼자였던적이 언제였던가

'혼자'인 건 다 잘한다 생각했지만 같이의 가치를 느끼는 여행이다 가치있다

아직 여행 초입의 긴장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상황이 어떻게 되든 지금의 이 감정 잊지 말 것.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나도 그렇다

 

 

 

만년계획

 

 

 

당시에는 밤마다 달력보면서 일정 재조정하고 하는 게 그렇게 행복하고 뿌듯하고 그랬는데

처음 달력에 적힌 계획대로 되었던 건 나라간 이동시기뿐이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세운 계획에 대해 아 완벽해, 했지만 상황이나 여건이 맞지 않아 틀어지는 게 대부분이었고

거의 모든 일정이 2일 이내로 계획대고 진행되었고

돌아보면 그게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