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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것

혜윤 2010. 11. 12. 23:17


퇴근을 하는데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어제까지는 바람이 차서 좋아, 였는데 오늘은
너무 추워서 학원까지 걷는 것도 서글퍼 짜증이 나도록 싫다, 의 감정이 되도록 그랬다.

무려 금요일인데 내가 왜 이 모양 이 꼴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내린 결론은
첫번째는 오늘까지 구체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던 기획안을 완성하지 못하였기 때문이고
결국 플랜비를 세웠는데도 기분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서 찾아낸 두번째 이유는
퇴근 직전에 다가올 나의 생일선물로 아이폰4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생각지 못했던 돈이 조금 생겼고 나는 그 돈으로 뭐를 할까 생각하다가
11월 기념으로 내 꺼랑 고래동무 하나씩,
고래구좌 1년 치를 두 개 터야겠다 마음 먹었었다

어느 책이었던가 c.s루이스 가 쓴 책에서 기부였던가 헌금이었던가의 적당선은
사고싶은 것 다 사고 누리고 싶은 것 다 누리고 남는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넉넉히 생활하기엔 약간 부족한 정도 라고 했던가.
여하튼 단순히 있어서 돕는다, 는 입장은 아니었다.
나만 위해서 쓰는 과한 돈은 유쾌하지 않다.

아 월급을 받게 되다니
사랑하는 사람들 밥 사주고도 내 일상이 빡빡하지 않을 수 있다니 이렇게 황홀한 일이
라고 생각 했던 때가 몇년이나 지났다고 그새 나는
나에게 돈 쓰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너무너무 허하다,

혼자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너무 외로웠다 집에 오자마자 고래동무를 신청했다.
1년 치를 한꺼번에 신청하기엔 이미 늦어버려서 cms 자동이체를 걸었다.
또 나를 위해 쓰기는 창피하다 어쩌지 고민하다가
아이폰을 구매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의 소비라는 마음으로
진짜 내 생일선물로 구독신청도 했다.
함께 사는 것에 아주아주 조금은 더 가까워 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