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상
1.
창석이 커피를 줄이면서 차를 많이 마시게 되어서 덩달아 차 마시는 삶 살게 되었다.
차를 취미로 갖는 사람들에게서는 느껴지는 단정함이 좋아서,
결혼하고 대구에서 받아온 휴대용 다기 셋트도 마루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찻자리를 갖기도 하는데,
사실 나는 커피에 대해서도 그랬지만 아직 차를 마시는 특별한 기쁨을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여린 잎을 따서 몇 번이나 덖었다거나, 몇 십년을 묵혔다거나 하는 고급 차보다
보리차랑 작두콩차 현미차 같은 고소한 게 좋고,
다기에 마시는 것 보다 커다란 유리컵에 콸콸 따라 마시는 게 좋은 완전 초보.
아, 차 얘기 하니까 여담으로
이수인이 마련해주는 찻자리가 정말로 사랑스럽다.
고운 자세로 앉아서 작은 손으로 찻잔을 받쳐 들고,
마시기 전에 코 끝으로 차 향기를 맡고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으라고 조용조용 말해주는 게.
2.
기록해두고 싶은 이 생각 저 생각 있었는데 막상 쓰려고 보면 새까맣게 잊는 게 한두개가 아니다.
중요한 생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잊은 거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래도 너무너무 아까워어!
3.
광화문에 나갔다가 수인, 창석과 밖에서 식사하고 들어왔다.
결혼 전에 회사 끝나고 친구들과 밖에서 놀고 밥 먹는 게 일상일 때는 몰랐는데
살림력이 높아지고 집에서 밥 해먹는 삶이 익숙해지다보니
밖에서 뭔가를 먹으려고 하면, 예전에 엄마랑 식사하러 가면 말씀하시던
'아이고 이걸 이 돈 주고' 정서에 자꾸 공감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좀 마음을 다잡았다.
사랑하는 이수인 이창석과 집에서 맛있는 거 해 먹고 노는 거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기쁨 중에 하나지만
가끔은 근사한 곳에서, 아니 꼭 근사하지 않아도
준비하고 차리고 치우는 수고 없이 차려진 식사만 오롯하게 즐기는 장면도 수인이의 이 시절 기억에 있었으면 해서.
뭐 오늘 역시 집에서처럼 ㅋㅋㅋ 먹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 거 못해서 혼은 났지만 ㅋㅋㅋ
창 밖으로 광화문 거리 보면서 이것저것 관찰하는 이수인, 이수인 같았고, 사랑스러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