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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처음,
혜윤
2024. 11. 15. 19:15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작업과 관련한 일에 '처음'이 많아진다.
오늘은 지인이 아닌 사람이 처음으로 작업실을 방문한 날
(아, 물론 올해 초 오다가다 궁금해서 들른, 동네 주민분이 맡겨주신 표구도 너무나 의미있는 '처음' 이지만..!)
본래가 외향적이고 친화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다가
작업만을 위한 허름한 공간이라 친구가 온다고 해도 마음이 쓰일텐데
심지어 정말로 손님이라니 종일 오늘이 기다려지면서도 만나기 싫고 설레면서도 긴장된 마음이 뒤섞여있다 ㅋㅋㅋㅋ
아침에 집에서부터 보온병에 챙겨온 따뜻한 물,
혹여라도 기름이 부족할까봐 종일 아껴뒀다가 오시기 20분 전에 켠 난로,
4시가 되기 전에 작업을 마치고 싹싹 쓸어둔 바닥,
옷깃에 톱밥이 묻을까봐 알코올로 닦아둔 책상과 의자 등받이
나 오늘 좀 정성스러웠네.
오래 된 액자를 해체하고, 이런 저런 목재를 대보면서 30여분의 짧은 이야기를 마치고
손님은 떠나시고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맡겨진 그림을 보니 이상한 마음이다.
내 것이 아닌데 잠시 나에게 맡겨진 것.
처음 맞이 할 때 처럼 있는 동안 정성스럽게 대접하고 싶다.
다시 돌아갈 때 입고 갈 새 옷에서 다정함이 느껴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