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지금 하고 싶은 것

혜윤 2010. 4. 18. 03:10


옷을 두툼하게 입고 혹은 지금처럼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밤산책을 나가고 싶다.
누군가 함께였으면 좋겠고 대화는 없어도 좋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한 마디 한 마디 내 뱉고
그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내 손 잡은 누군가가 있다면 누렁이여도 좋고 기영이어도 좋고
생판 모르는 다른 사람이어도 좋다 그 외엔 아무도 아니야
싫어서가 아니라 왠지 낯간지러워서 그렇다

오리털이 두둑해서 따뜻한 침낭에 들어가 밤 하늘을 보고싶다,
별을 보고싶다, 생각했지만 그만큼까지 기대하지는 않아
침낭속엔 누렁이가 있고 질릴만큼 하늘을 보다가 누렁이의 손을 잡고 잠이 들거다
일어나서 처음 보는 건 맑은, 하늘 벗어놓은 헤드폰에선 언니네 이발관의 아름다운 것
나는 일어나 앉아 삶은 따뜻한 옥수수를 먹을거다
랜턴을 켜고 머리가 아플 때까지 책과 신문을 읽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