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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

혜윤 2015. 12. 11. 00:42

 

아 사랑하는 H

그녀가 떠난다 재단을.

 

지난 주에 창석을 통해서 K의 계획에 대해 얼핏 들은 것이 있어서

어쩌면 오늘 그 이야기를 듣게 되겠구나,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특히나 H의 마음이 힘겨울 것이 예상되어 무슨 말을 해 줘야 하나 염려하였다.

그런데 정작 그녀의 퇴사라니.

 

K도 H도 없는 재단.

그 꼴(?)을 보기 전에 내가 재단을 떠나온 게 얼마나 기특한 선택이었는가 안도하는 한편

재단이 가진 우직한 느낌은 그들이 있는 덕분이라고 여겨왔기에

의미있고 애정을 갖고 있는 내 옛 일터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무너져내린다.

 

 

그녀가 처음 입사해서 함께 캠페인을 기획하던 때

나는 그녀 특유의 에너지와 반짝거리는 눈빛을 보면서

이런 사람을 알아보는 조직에 내가 속해 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당시 5년차 나의 안일함을 돌아보고 반성했었다.

 

한결같이 성실하고 현명한 그녀도, 사랑받고 인정받는 그녀도 여전한데

왜 그 눈빛을 잃었는가 생각하면

나는 도통 답을 모르겠는 그 질문을 또 다시 떠올린다.

사람을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재단의 알수없는 그 무엇.

그렇다고 사람 귀한 걸 모르는 멍청한 곳도 아니고,

아주 원활하지는 않아도 소통이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유독이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모인 때문이라고 원인을 개인들에게 돌려보려고 해도,

그 감수성이 재단의 특별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

응당 그 감수성을 지켜줄만한 조직이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상황과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그 과정을

왜 그 안에서는 경험할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