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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봄이 왔다

 

겨울 동안 말린 씨레기 걸개로 사용되던 나의 자전거가

드디어 봄을 맞아 다시 탈 것이 되었다.

 

뭣 모르고 가볍게 입고 나갔다가 손 끝이 얼어버릴 것 같은 지경이 되었었지만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작게작게 들려오는 가을방학의 노래와,

홍제천 곳곳에 나와 여러 형태로 훅 다가온 봄을 느끼는 사람들과,

이창석 특유의 자전거 타는 포즈를 보는 게 행복.

마치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사람을 억지로 끌어다가 자전거에 태워 놓은 느낌,

뭐랄까 굉장히 어기적어기적 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나란히 달리면서 작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유진상가부터는 손을 잡고 집까지 걸었다.

 

오늘 설교시간에 목사님께서,

신앙의 동기는 계속 변화되어야 한다고, 변화하지 않으면 변질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변질은 두렵고 역동은 부담스럽다.

종일 마음에 짐처럼 얹혀있었는데

타협이라는 게 있을만한 꺼리가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매 순간순간 이창석과 주고받는 이 정도의 애정이 보장된다면

어떤 양상이든 그 힘겨운 변화의 과정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만 덕분에 얻게 된 안일에 젖지 않고 지경을 넓히고 상황에 예민할 것은

의식적으로라도 응당 감당해야 할 내 과제일거다.

 

좋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목사님이 감사하고

어려운 길을 걷는 데 힘이 될 누구를 곁에 주신 것이 감사하다

우리 길이 힘든 게 바른 신앙인으로의 삶을 위한거라면

나와 그가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더 예뻐보일까.

그는 아직 신앙을 갖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딱히 그가 뭐를 하지 않더라도, 본인은 알지 못하더라도

하나님과 조금은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지 모른다는 기대도.

 

 

이 달 안에 꼭 자전거 손을 좀 봐야겠다

우선 먼지를 좀 털어내고, 기어에 낀 기름때를 닦아주고, 싯포스트를 좀 높여야겠다.

그게 뭐라고 여지껏 미뤘던 안장 위치도 옮겨야 하고.

여유가 되면 한꺼번에가 아니더라도 조금조금씩 안장과 바테잎, 휠을 바꿀거다.

 

뭐도 없는데 괜히 설레는 걸 보니 봄이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