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옆에 파고들어가 누워 아까 뭐라고 한 것에 대해 사과했는데
엄마는 그 새 정말로 잠이 들어버렸다
아주아주 빨라야 올해 말, 내년 초인데다가 아직은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는데
엄마가 조급해서 꺼낸 결혼 이야기에 이정도의 감정소모가 있다는 것이
앞으로를 겁나게 한다 ㅋ..
주변 사람들을 속상하게 하면서 결혼하고 싶지는 않고,
그게 옳은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누가 가진 속상한 마음 때문에 본질에 벗어난 부분에 대하여 타협하고 싶은 생각 역시 없다.
(아, 속상한 마음을 갖게 된 모든 요소가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거는 아님)
정말 많은 결정들과 고민의 지점들이 있을거고 그 만으로도 벅찰텐데
엄마와의 갈등이 (그것도 내 입장에서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그 고민의 하나가 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괴롭고 힘들다.
결혼의 본래 의미를 생각했을 때
내 입장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식장 문제로 엄마가 마음이 상했다.
물론 중요하지 않은 만큼 엄마가 원하는대로 교회에서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까 싶지만은
개인적으로 교회 예식의 경우
(아직 모르지만) 혹 비용이 비합리적일 경우 의미가 퇴색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장소에 따라 예식의 형태, 주례 등에 제한이 생기게 되는 것에 대한
배우자측의 이해와 동의과정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
그리고 원하면 누구나 예식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아닌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일례로 우리 교회에서는 재혼 부부의 예식은 할 수 없단다. 동성연인은 말 할 것도 없을거다)
결혼 준비, 라고 하지만
준비의 대부분은 '식'과 그 이전의 형식적 절차에 치우쳐 있는 것에 대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물론 여기저기서 들어왔던 몇몇 사례로는
그 이전의 절차가 이후 새 식구로 대접받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던데,
그런 비상식적인 경우 때문이라면 더더욱이 지양하고 싶고
그건 그 때 가서 분노 할 일이다
또 한편으로는 식은 그냥 식일 뿐인데 그냥 갈등없이 원하는대로 치뤄내면 그만 아닌가 싶다가도
좋지 않은 문화의 답습은 자존심의 문제이니
나와 내 배우자가 주체이고, 둘의 생각과 가치관이 일치하고
이왕 '식'이라는 절차를 밟을 거라면
유난스러울 정도의 고민과 쓸데 없는 품이 든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거품은 걷어내고
준비와 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결혼생활에까지 쭉 이어질 수 있는 방식으로였으면 좋겠다.
많은 절차에 대해 고민할 것.
단순히 겉치레뿐인 절차에 대해서는 과감히 생략
가족 및 부모에게 예를 갖추는 것은 양보의 여지 조금 있음
단 예물은 생략
웨딩 촬영은 하지 않을 것,
깔끔하게 차려입고 동네 사진관에서 둘이 찍은 사진 한 장이면 충분
과한 비용을 들인 메이크업,헤어 지양
일회성 디스플레이 지양
종이컵 사용하지 않을 것
식사에 정성을 담을 것
직접 제작한 청첩장, 동시에 청첩장의 필요에 대한 고민
유용한 답례품
단순히 축의금을 내고 방명록을 적는 것을 넘어선 축하와 참여 방식 고민
아 어려워 그놈의 식은 꼭 해야 하는거야? ㅠㅜ
엄마아빠의 의견은 최대한 내 고집을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들으려고 할 것,
그리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물을 것,
하나님과 나의 관계와 소통에 대한 부분을 엄마아빠가 신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