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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비 컨퍼런스 단상1


자기소개를 할 때

내 일터가 재단이고,

최근 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하반기 공모를 위한 실사인 걸 이야기 한 게

실수였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조심했어야 할, 감췄어야 할(아니 내가 왜) 하등의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너무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 아니야 다시 생각해도 억울하긴 하지만

여하튼 내가 생각이 없었던 탓도 조금은 있다고 여겨야겠다.

 

내가 지나치게 위축되어서 오해한 것일수도,

또는 내가 느낀 것과 상관없이 단순히 농담삼아 건넨 말일 수도 있겠지만

존경과 동경의 마음으로 참여했던 자리에서

'이 행사도 실사 나온 거냐, 조심해야겠다'

'바쁘신 분들이니 얼른 가셔야겠다' 식의 반응과

그 후로 다른 참여자들과 나(우리)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감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 대한 기대는

한달여 전에 친구들과의 약속까지 뒤로 미룰 정도로 근래 엄청 쌓인 일감을 포기할 정도였는데.

 

 

재단처럼 정체가 모호한 단체에 대한

단체활동에 뼈가 굵은 사람들의 텃세였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그게 그나마도 조금 위로가 된다.

 

나는 늘 이슈 중심의 작은 단체 활동에 대한 꿈이 있는데,

나중 언제 실제 그렇게 되어도,

아주 오래 일해서 늙은 활동가가 되어도

장난으로라도 누구를 그런식으로 대하고 이야기 하지 않아야지.

 

나오자마자 이창석에게 전화해서 분노를 쏟아붓고

보고서 쓴다고 들고나온 노트북에 키보드질을 하고서야 평정심을 되찾고 돌아보니,

아마 나는 배신감, 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오늘 그 자리와 만날 분들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가기 전부터, 혼자 그냥 친밀함을 갖았었다.

그냥 함께 할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이 시민사회 영역 안에서,

주어진 각자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료인 줄 알았다.

그리고 어떻게 대해졌고 내가 어떻게 느꼈든 여전히 관계는 그렇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