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바빠지면 팍팍해질 감성을 염려하여
대림미술관 사진전을 가겠다고 씻고 준비하고 겉옷까지 입었다가
바빠지면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는 몸뚱이를 먼저 염려하여 그대로 다시 이불을 덮고 누웠다.
아픈 거 티내는 걸 좀 창피해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해서),
응 정말 아플 때는 좀 서러워지는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하면서 잠들었는데,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맡에
엄마가 외출 전에 챙겨둔것으로 추정되는 대추차와 종합감기약이 놓여 있고
느즈막이 일 끝낸 이창석은 집 앞에 와서는
김이 나는 라떼가 담긴 텀블러를 쥐어주고 돌아갔다.
(무려 얼마전에 새로 산! 아 텀블러까지 준 건 아니다)
흠 사실 나만 아니라고 생각했지 내가 좀 생색을 내는 타입이거나,
아니면 그만큼 사랑받고 있는 걸텐데
뭐 어느쪽이어도 고맙고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좀 날랑말랑 했다.
그 와중에도 밥 먹을 욕구와 기운은 있어서 고기 한덩이 구워먹고
다른 때 보다 두 단계는 올린 전기장판 위에 누워 영화를 한 편 보았다.
그런데 도통 집중을 할 수가 없네.
꼭 안아줄 때 이마에 닿았던 이창석의 차가운 볼이 떠올라서.
서른 셋 늙은이가 갑자기 아기가 될랑말랑 마음이 일렁일렁 그런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