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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얼룩이

 

래미안과 안산초 근방을 돌아보고 집에 오는 길에 두렁 인왕 동네를 보고 길에 서서 엉엉 울었다.

 

고작 아침 저녁 몇 바퀴 돌아본 게 다이면서도 갑자기 두려운 감정이 몰려온다.

 

새벽에는 뜬 눈으로 힘든 밤을 보낸 이창석이 안쓰러워서 그를 챙기는 게 우선이었는데

목소리를 들으면 단번에 나타날거라고 생각했던 얼룩이가

여지껏 어디서도 흔적이 없으니 아침에는 없던 원망의 감정이 생긴다

밤 새 기획서를 쓴다던 사람이 왜 그 밤에 야옹이를 안고 산책을 나왔나,

짧은 꼬리 때문에 높이 뛰지도 못하는데 담벼락 너머로 도망은 어떻게 간걸까

도대체 뭐를 어떻게 했길래 그 붙임성 좋은 게 품에서 달아났을까 불신의 마음도.

왜 그랬어, 를 여러번 삼켰다.

밉다.

밉다.

밉다.

밉다.

밉다.

밉다.

 

고작 밥 먹이고 쓰다듬어주는 그 정도로 '내가 돌본다'고 했었는데

실상은 얼룩이가 내 마음을 돌봐왔다.

 

기분이 좋은 날이건 나쁜 날이건 내 발목을 살랑살랑,

내가 달리면 달리는 고양이.

새벽녘 귀가한 어느 날 잠긴 대문 앞에 내내 함께 앉아있어 주던 얼룩이가 생각나,

따라온 다른 모든 고양이들이 사료통에 얼굴 박고 먹고있을 때

얼룩이는 내 발 끝에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이 소중하다는 건 당시에도 알고 있었지만

그걸 알고 있었다고 가슴이 덜 아픈 거는 아니었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