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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태원씨는 지난주 토요일 나에게 어설픈 고백을 했고
나는 소개로 만난 사이에 세 번 이상 본 건 처음이고
아직 내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모르는 게 당연한 것 같고 어쨌든 몇 번 더 보고싶은 마음이 있다고 답하였다.
그게 딱히 어떤 관계가 되었다고 하기는 개인적으론 좀 모호한 게 있지만
어쨌든 그는 그 날부터 카운트를 시작할거다, 라고 했다.

혜윤씨, 나는 혜윤씨가 좋아요.
라는 직접적인 표현에 혹 했던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런 식의 이야기에 너무 약해.

고작 네 번 만난 사람을 알면 얼마나 알고 좋으면 얼마나 좋겠나,
중요한 건 얼마나 좋은가, 무엇에 기반했는가, 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말을 지내면서,
그의 셈에 따르면 D+ 고작 하루 이틀 새
우리 연락하지 말아요 이제. 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오십번은 고민했다.
밤 새 한 시간에 한 번씩 깨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어쨌든 고작 며칠이지만,
그와 주고 받는 것에 대해 나름은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아직 기쁨은 아니고
노력만큼 마음이 잘 열리지 않는다는 게 원인인 것 같다.

온전히 애정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짧건 길건, 내가 내 문제를 잘 알고 있을 때
이 관계의 과정을 통해 성장이 있을 걸 알겠다.

조금만 더 연습 해 보아야겠고
그러나 놓을 때도 알아야겠다.
딱 일주일.
더 하면 정들까봐 염려돼.

그러나 예측하지 못한 때 그의
'혜윤씨 따뜻한 물 많이 드시고 몸 따뜻하게 하고 있어요' 문자가 왜 이렇게 감동인지.
눈물이 날 것 같고 마음이 약해진다.

얘기하고싶다 그와.
물론 최선은 내가 직접 겪으면서 알아가는거지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없이
이렇게 단기간 가까운 관계가 되어야 하는 게 소화시키기가 어려워.
그는 어떤 사람인지, 연애를 할 때엔 어떤 사람인 지
주변에서 그를 이야기 하는 객관적인 시선과
연애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 지
그가 원하는 상대의 모습과 마음가짐,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물론 상대적인 것일 수도 있다)
나에게 좀 감성적인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모레의 그림을 보고
친하지도 않은데 그 그림을 보여줄 정도의 감격을 느꼈을 때
'예쁘네요' 한 마디로 끝난 그의 문자가 허무했다.
그가 나의
'누렁이의 물 마시는 소리가 위로' 라거나
'잠결에 누렁이가 타박타박 내 방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소리를 듣는 게 행복'
라고 느끼고 말하는 걸 이해 할 수 있을까,
그런 식의 내 감성을 인정해주고 함께 내가 만든 세상에 있어줄까.

내 감정선을 읽어 줄,
설사 이해하지 못해도 함께 그 세상에 있어 줄 사람이 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