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 아래 앉아있는 동네를 보았다.
손바닥 만하던 게 팔뚝만큼 컸다.
처음에는 동네인 줄 알아보지도 못했다 얼룩이 짙어졌는데 얼굴이 어릴 적과 똑같이 생겼다.
동네야 집 가자 밥 줄게 해도 빤히 보고만 있길래
차 아래로 밥을 넣어주고 멀찍이 떨어졌더니 슬금슬금 걸어나와 입을 댄다.
어릴 적엔 부르지 않아도 달려와 졸졸 따라다녔는데
반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어느 장면이 동네를 철들게 하였을까
2. 아기 고양이가 죽었다
하마터면 모르고 밟을 뻔 했다
120에 전화하니 새벽에나 올 수 있다 하시네,
그렇지만 절대 손 대지 말고 그대로 두라 하신다 말도 안돼,
나도 어쩔 수 없잖아 응급처치방법을 알려달라고 떼를 썼지만
수화기를 사이에 두고 그녀도 나만큼 난처하고 울고싶은 기분이었을거다,
다시 치이지 않게 옮겨두려고 하는데 몸이 축 처지는 게 사고를 당한 지 오래되지 않았는가보다
이전에 얼어 죽은 까만 고양이는 몸이 단단해 상자에 넣기 쉬웠는데
손이 떨려 들어올릴 수가 없어 봉투에 담아 갓길로 옮겨두었다
뒤늦게 구청에서 전화가 왔다
당장은 어렵지만 새벽녘에 들르겠다 하신다
꼭 갈테니 염려 말라고 하시는 어투와 깊이가 의례적인 것 같지 않아 감사했다
방제팀에서 전화 온 데다가 청소 차가 도는 시간에 온다 하는 걸 보니 쓰레기통 행인가보다
잘 가 아기고양이야, 수고했다 이제껏 잘 살아내느라.
3. 동네는 비가 오는데 차 아래에서, 죽은 친구를 보고 있었다.
임시방편으로 봉투에 담아두고 동네 밥 가지러 잠깐 집 다녀오는 사이에
동네가 입으로 봉투를 헤집어 친구를 보고 있었다.
나와 동생이 옆에 섰는데 도망도 안 가고 친구 보고 울고 있었다.
마음이 아프다.
삶엔 희노애락이 적절히 섞여있다는 것 알지만 목부터 가슴까지 꽉 막히도록 슬프다.
생명은 어느 것 하나 중하지 않은 것 없지만
관심두지 않는 생명이 꺼져가는 건 더 슬퍼
동네가 구슬프게 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