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남길 날,
윗집 할머니가 이사를 가셨다
나는 이제 밤이 늦도록 거실에서 짱 큰 소리로 웃어도 되고
통화를 해도, 기타를 퉁겨도 괜찮게 되었지만
어쩐지 마음 한켠이 휑 해 온다,
타인과 함께 사는 것에 있어서
1층과 2층이 이어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는데
그걸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하고 우리집에 함께 살게 된 굉장한 인연.
할아버지를 잃고 1년이 채 못 되어 우리집 이층에 오신 할머니는 친구가 많고 씩씩한 분이었다.
우리에게 강아지를 맡기시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시고
그러면서도 강아지 생각에 대체로 일정보다 빨리 돌아오셨다.
종종 술을 드시고 반쯤 취한 상태에서 집에 들어오셔서는
언니야 미안해 나 술 마셨어 미안해요. 하고 항상 우리 할머니에게 사과를 하였다.
어느 날은 술김에 내 동생 생일이라고 만원짜리도 쥐어주셨다.
4년 새 남자친구도 사귀고 그러셨다
우리 할머니한테 언니도 새 남자친구 소개시켜줄까 하였다.
할머니는 손사래치면서 아니라고, 어느 때는 마치 흉인 것처럼 우리에게 말씀하셨지만
나는 솔직하고 담백한 윗집 할머니가 좋았어.
처음 그 마음이 얼마만큼 치유되었을까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4년
이별은 언제나 낯설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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