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연을 이틀 남기고, 벼르고 벼르던 하녀들을 보았다.
못 보는 줄 알고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 했는가 모른다 으헝헝,
줄거리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지만,
몇 안되는 소품으로 결코 허술하다 느껴지지 않는 탄탄한 연출에 감동하였고,
몇 안되는 배우로 무대를 꽉 채운 존재감과 표현력에 감동하였다.
프레임이 다락방이 되던 순간과
마담이 거인이 되던 순간이 굉장히 굉장히(어둠속에서 혼자 입을 떡 벌릴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배우들의 그로테스크한 화장도, 화장이 지워져 반들거리는 극 후반부의 얼굴도
섬짓할 정도로 매력적이었고 참 예뻤다 (쉬어버린 목소리도, 코에 송글송글 오른 땀방울도)
카리스마 없는 사람의 담백함과 따뜻함을 알고 있지만
왜 이렇게 배우들의 광기어린 모습에 동경의 마음을 갖게 되는가 모르겠다.
그건 아마 나에게 없는 열정 때문일거다.
그만큼 뜨거운 무대를 나는 고작 만원 내고 보고 앉아있다 생각하니
진심으로 염치가 없다 느껴졌다.
하녀들이 내 곁에 있었다면 꼭 안아주고
존재만으로 충분한 그들의 소중함에 대해 말해줄거야, 라고 생각하였는데
나도 자주 어떤 것의 하녀이고
내 곁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아마 어떤 것의 하녀일거다
그게 비약이 아니고 진짜, 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굉장히 이상해.
어쨌든 좋은 공연 뒤에 먹는 곱창은 더더욱 꿀맛이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