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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단상

 

비공개 글쓰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줄여보기로.

비공개로 해왔던 건 거의 습관 같은거였는데 엄청난 폐해가 있다.
완결된 글쓰기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
글쓰기에 완결이 어디있겠느냐마는 미숙한 글인 것은 둘째치고
나중에 쓸 요량으로 키워드만 적고 만 글이 수두룩한 블로그가 되어버렸다.

그 때문에 비공개 발행을 해왔던것인데
비공개로 하다보니 더 편하게 키워드 일기를 쓰게 되고

지난 후에 보면 뭘 쓰려던건지 가물가물한 게 대부분이라 악순환이다.

꼭 햄버거랑 치킨 세트가 탐나서는 아니야.
아니 맞아.

여하튼 이유야 어땠든간에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공개발행은 나에게 엄청난 도전이라서.

그런데 해보니 생각보다는 별 거 아니어서 좀 어리둥절하다.
사실 천둥벌거숭이 된 것 같은데 천둥벌거숭이 생각보다 덜 창피한거네.


1.

대구에서 얻어 온 밤을 몽땅 삶았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식재료가 있으면 조금씩 아껴먹다가 자주 똥되게 했는데 이제 덜 그럴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밤 삶은 거 얼마만이지, 나는 밤 까는 걸 너무나 귀찮고 힘든 일로 여기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밤까는 일 같은 건 낭비되는 시간으로 여겼었다.

40여년 내 삶에 아주 실낱같은지언정 어떤 한결같음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아니었던 것 같다.

많이 변해왔고 조금 일 중심적이고 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던 것도 같아 (적으려니 좀 슬프지만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여하튼 지금은 조금 더 순간에 집중하고 일상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흠집없이 밤까기에 성공했을 때 동그랗고 보곤보곤한 밤 보는 희열이 너무 커서

밤새 밤을 까라고 해도 깔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2.

지난 1년 남짓한 시간들이 헛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실전이 되고 보니 그간 골치아픈 부분들을 회피해왔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난다.

 

마무리 과정에서 자꾸만 시행착오가 생긴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고 나니 완결성이 떨어지는 결합 방식, 적당한 철물을 찾는 것.
결국 미완인 상태로 J와 논의하기로 하였다.

나에게 J는 클라이언트 이전에 너무나 든든한 동료이기 때문에 아주 큰 고민 없이 논의를 제안했는데

나를 대하는 그의 스탠스는 무엇일까. 문득 그냥 거래 관계자, 제작자일거라고 생각하면 좀 부끄러워진다.

..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쒀 나는 동료의 조언이 필요하니까!

 

나는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라 기본적으로는 혼자 일하는 것이 편하지만

그럼에도 혼자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함께 일하던 때 내가 얼마나 그들에게 의존해왔는가를 깨닫는다.

물론 그들이 나를 의존하던 감각도.

그래서 자꾸만 요즘 여기저기 질척이고 있는데 그게 또 아주 싫지는 않아서 신기하고 재미있고 알쏭달쏭한 인생.

 

3.

내일 논의해야 할 것은 제작과 관련한 것도 있지만

가격, 납품 같은 내가 잘 못하는 주제의 이야기도 나눠야 한다.
어색하고 낯설지만 계속

연습한 것이고 나도 얻은 게 많으니 제발 그냥 받아달라고 ㅋㅋㅋㅋ 하는 자세도 이제 정말정말로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왜냐면 이제 정말로 돈이 없기 때문이고

뭔가 내 맘에 썩 들지 않는 결과물의 어떤 허술한 지점을 '연습'이라는 말 뒤에 숨기고 싶어하는 내 본심을 알기 때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