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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내

 

나무처럼 자란 바질과 애플민트를 처리하느라

한밤중에 페스토를 만들겠다, 모히또를 만들겠다 난리법석을 한데다가

어쨌든 만들었으면 맛은 봐야 하니 모히또를 한 잔 하고

이창석과 소소하게 말다툼을 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고 취침했더니

(아, 잠결에 화해도 함)

 

늦잠을 잤다.

 

실은 어제 어묵볶음과 감자조림과 고추된장박이를 하려고 장을 봐 두었는데

아침으로 구운 식빵에 바질페스토를 발라먹겠다는 일념하에 주부력을 쏟아붓고

결국은 밑반찬과 아침식사 모두 물 건너간 우울한 하루를 맞았..

 

도시락 못 싸서 미안하다고 해 놓고,

이창석 씻는 동안에 내 도시락만 홀랑 쌌다.

같은 것 두개 싸는 게 평소에 아주 큰 일은 아니지만

1. 도시락 하나를 겨우 쌀 정도의 시간만 남은 늦잠을 잔 아침

2. 당장 싸갈 수 있는 반찬은 나물반찬과 명란젓 뿐임

위와 같은 상황에서

고기반찬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고려하였을 때,

섭취시 만족도 및 효과성 측면에서 내 도시락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했다는 생각이 듬.

 

의리를 생각하였을 때 두 개 다 포기하는 게 옳았는가의 갈등이 살짝 있지만

어차피 함께 사는 거 한 명 분 점심값이라도 아끼면 결국은 서로에게 좋은 것일뿐더러

생각해보면 그가 더 맛있는 점심을 먹게 될테니

되려 내가 희생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아, 물론 그의 점심은 그의 용돈으로 사 먹는 것이기는 하다 ㅋㅋ